<시론> 특별교부금, 공정성이 관건이다

2008.06.02 10:43:37

"특별교부금의 취지를 살린다면 오히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별교부금은 심화되는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좋은 재원이다."

그동안 심심치 않게 문제제기가 되어 오던 특별교부금 문제가 최근에 다시 불거졌다. 지난 얼마전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과학기술부 장·차관과 일부 간부들이 자신의 모교, 자녀 학교에 특별교부금 지원을 약속한 것이 논란을 촉발시킨 것이다. 이미 지난 해에는 바른사회시민회의, 뉴라이트교사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 대표가 당시 교육인적자원부(현 교과부) 장관을 상대로 "특별교부금 내역의 공개를 거부한 교과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었고, 법원은 이에 대해 "교부금 내역을 자세히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재는 교과부가 항소하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특별교부금은 지역간 균형재정을 도모할 목적으로 국가가 각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와 교육세 세입액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내국세 20% 재원의 4%(내국세의 0.8%)는 특별교부금으로 지정하여 국가가 별도로 관리한다. 특별교부금을 제외한 나머지 재원만을 보통교부금이라 하여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각 시·도 교육청에 일정 기준에 따라 일괄 배분한다. 교과부의 올해 특별교부금 예산은 총 1조1천699억원에 달한다. 전국의 초·중·고교에 1개교당 1억원 이상의 돈을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국가가 모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한꺼번에 배분한다면, 일부 시·도 교육청에서 예기치 않은 재정수요가 발생할 경우에도, 정부가 해당 시·도 교육청에 지원할 여력이 없다. 이에 국가가 교부금 재원의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가 ‘특별히’ 필요한 시·도 교육청에 지원하는 특별교부금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세부 사용내역이나 심사과정 등이 외부로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특별교부금은 국회나 시·도의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장관의 쌈짓돈'이니, '일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로비자금'이니 하는 비판들이 있었다.

특별교부금은 전국에 걸쳐 시행하는 교육관련 국가시책사업에 60%, 특별한 지역교육현안에 30%, 재해복구비 등 특별한 재정수요에 10%를 지원한다. 이중에서 긴급한 재정수요에 대응하는 특별교부금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은 10% 해당액이다. 교육관련 국가시책사업은 특별한 재정수요라고 보기 어렵다. 개념적으로 보면 이는 특별교부금보다는 국고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특별교부금은 '특별한 지역교육현안'에 해당하는 항목일 것이다. 지금까지 특별교부금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도 대부분 이 항목이었다. 대상사업의 '현안' 여부에 대한 판단과 교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별교부금의 취지를 살려 ‘지역교육 현안사업’이 투명하게 선정된다면, 오히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초·중·고 교육이 자율화되면서 농·산·어촌과 도시간의 교육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는데, 특별교부금은 심화되는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좋은 재원이다.

특별교부금은 비단 교육재정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과부 특별교부금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것이 올해 9,400억원에 달하는 행정안전부의 특별교부세이다. 특별교부세가 뚜렷한 원칙없이 선심사업에 쓰이는 걸 알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직후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안부) 업무보고에서 "특별교부금을 폐지해 일반 교부금에 흡수하는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따라서 차제에 특별교부금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정부가 특별한 재정수요에 대등하고 지역교육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재원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있다. 따라서 특별교부금은 폐지하기 보다는 그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사용처, 교부기준 및 지원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과부에서도 이번과 같은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특별교부금 개선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는 특별교부금에 대한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분명한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특별교부금의 세가지 사용처별로 교부기준을 명확히 하고, 특별교부금의 성격을 벗어난 것은 특별교부금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김병주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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