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와 MOU 체결, 예술 강사 지원 등 ‘학교문화예술교육’ 추진
미래는 ‘창의적 인재’에 달려…지식․감성 일체교육 시스템 찾아야
“‘저작권 교육’ 연수 빨리 시작해 학교서 제대로 가르쳐야”
정치․경제․사회 어떤 분야든 “이제는 문화로 지붕을 씌워야 할 때”라며 이원희 교총회장을 맞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 모든 부처를 가리지 않고 문화적 접근과 해석을 통해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고 “그 시작으로 교과부와 MOU를 체결,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문화․예술 강사를 지원하는 등 문화 바우처 제도를 도입․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희=문화체육관광부 청사건물을 장식하고 있는 ‘피어나는 한글’ 설치 작품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국어교사였던 저로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음기호가 필요 없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한글 사랑을 앞장서 실천해 주셨으면 합니다.
유인촌=562돌 한글날과 한글주간(10월4~11일)을 맞아 설치한 미술작품은 ‘한글정신’이 새겨진 1700여장의 조각을 모자이크 형태로 붙여서 만든 것입니다. 음(푸른색)과 양(붉은색)이 조화되어 물결치듯 피어나는 한글의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으로 ‘한글정신’이란 훈민정음 서문에 나타난 세종대왕의 자주·애민·실용정신을 의미합니다. ‘내가 누구인가를 바로 알고, 남다르게 생각해 실천하고, 자연과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며, 편리하고 풍요로운 문화를 펼치고 누리자’는 뜻입니다.
이원희=그렇군요. 덕분에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정신과 한글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모두(冒頭)에 ‘문화로 지붕을 씌우자’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러기 위해선 국가 경쟁력이 높아져야 하고 국가경쟁력 신장을 위해서는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고 봅니다. 장관님은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유인촌=많은 문제점이 있겠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공교육 내 문화예술분야 전문 인력과 교육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창의성과 감수성 교육뿐 아니라 다문화교육이나 콘텐츠문화교육, 저작권 인식 개선 등 문화예술에 대한 기본교육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5일 수업제 실시,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재량․특별시간의 축소 등으로 문화예술교육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 문제라고 봅니다.
이원희=저도 그 점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지식기반사회의 도래와 함께 ‘창의성’이 국가의 화두가 되고 있는데, 우리는 창의성 교육에 대한 투자가 너무 미흡한 실정입니다. 문화부에서도 2004년 발표된 ‘창의 한국’을 통해 창의성 교육을 추진해 오셨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인촌=지식교육뿐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문화적 소양과 창의성을 갖춘 인적자원의 육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희 부는 문화예술교육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정해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을 마련(‘05.12)하고 전담부서(문화예술교육과) 및 집행기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설립하는 등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또한 사업 실행을 위해 교과부 등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예술 강사 지원 사업을 비롯한 ‘학교문화예술교육’지원과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한 ‘사회문화예술교육’을 활발히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원희=그래서 얼마 전 문화예술․체육교육 활성화를 위해 교과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신 모양입니다. 정부 부처 간 협력모델은 보기 드문 일인데, 공동사업의 내용을 간략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인촌=이번에 양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한 사업은 △예술 강사 지원 사업 확대(‘08년 2200명→’12년 5000명) △체육 강사 지원 사업 확대 (‘08년 900명→’12년 2200명) △ 학교 운동장 조성(‘12년까지 1000개 학교) △다목적 체육관 건립(‘12년까지 100개교) 등이며 이외에도 지역기반시설과 전문 인력을 활용한 문화예술․체육 프로그램의 운영과 학교스포츠클럽 육성 등 다양한 문화예술․체육 프로그램을 개발,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사업에 소요되는 총예산은 모두 1조2000억 원 규모로 단위사업별로 문화부와 지역교육청, 지자체가 분담하게 됩니다.
이원희=체육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문화공연의 여분 티켓을 교사와 학생들에게 70%까지 싸게 공급하신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사업을 체육에까지 좀 더 넓혀주시면 어떨지요. 수능 시험이후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농구나 배구 등 겨울 스포츠 관람을 싸게 또는 무료로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시면 학생들에게도 좋고, 스포츠 인에게는 관중이 꽉 차니 경기 의욕도 더 살아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인촌=좋은 의견입니다. 체육부와 상의해서 ‘체육 바우처’제도의 일환으로 실시를 검토해 보겠습니다.
이원희=감사합니다. 그럼 그 사업은 교총과 함께 하시는 걸로 믿겠습니다.(웃음) 자, 그럼 미래교육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장관님께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교육계가 어떻게 미래에 대비해야 하는지도 함께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유인촌=미래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지식정보화, 문화민주화, 문화다양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창의력과 실행력을 고루 갖춘 도전적 인재겠지요.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거듭 강조 드립니다만, 학문분야별 분절적 지식습득 위주였던 기존의 교육에서 벗어나 예술과 인문과학, 지식과 감성이 분리되지 않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에 대해 범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에 주목해 학교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학교구성원들의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원희=지식 정보화에 대한 말씀을 하셨으니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디지털시대 인터넷 주 이용자층인 청소년의 저작권 보호 인식이 취약해 청소년 피소사례가 증가하고,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저작권 인식개선을 위한 대책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유인촌=미래 주역인 청소년에 대한 저작권 교육은 학교현장에서 이루어져야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교사에 대한 저작권 교육이 시급합니다. 물론 교사가 저작권법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교육시킬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려면 상당시간의 체계적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시·도 교육연수원이 운영 중인 자격연수 및 직무연수 과정에 ‘저작권’ 교과목 개설·운영이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효과적인 저작권 교육방안 도출을 위한 ‘저작권 연구학교 운영’과 저작권보호 인식 제고를 위한 각 급 학교 내 홍보 그리고 교․사대에 ‘저작권’을 교양 필수 교과목으로 개설·운영해 예비교사의 저작권역량 강화도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저희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저작권 보호의 날’(매월 26일)을 지정하고 온·오프라인 상 각종 이벤트를 통해 청소년의 저작권 인식을 제고하는 한편, ‘저작권 연구학교’(‘08년 23개교)운영 확대 등 저작권 교육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원희=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 연수가 필요하다는 장관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교총과 함께 저작권 교육 캠페인을 벌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관련 연수 프로그램도 같이 운영하면 더 좋은 교육 효과를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음은 평생학습에 대한 의견을 여쭙겠습니다. 전 국민이 생애에 걸쳐 학습을 지속해 가는 평생학습체제 구축, 어떻게 하면 효과적일까요.
유인촌=교총에서 저작권 교육에 많은 협조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노후 대비가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국민의 올바른 여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여가교육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생애 전반에 걸친 여가교육 모형을 개발하고, 공적 영역의 여가교육 환경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생애주기에 따른 여가교육 체계 확립을 위해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생애주기에 따른 대상별 맞춤형 여가문화 활동 콘텐츠 개발’사업을 내년부터 신규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원희=제 개인적으로는 장관님이 ‘역사스페셜’을 진행하실 당시의 모습이 수업을 하는 교사의 이미지와 비슷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좋은 교사의 역할과 좋은 학교의 모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 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인촌=‘역사스페셜’은 제게 참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7년을 진행하면서 매 회 원고를 다 외웠으니까요. 시청자와 눈을 마주치며 설명을 하려면 카메라에 원고를 써서 보고 진행하는 것보다는 외워서 이해하고 숙지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교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교실에서는 교사 자신이 아이들이라는 시청자를 향해 모든 것을 보여주는 ‘탤런트’라는 생각으로 수업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창의적 수업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탤런트’적 기질이 교사에게도 요구된다고 봅니다.
이원희=그걸 모두 외우셨군요. 그 정도면 역사 수업을 하셔도 되겠습니다.(웃음) ‘수업에 있어서는 ‘탤런트’가 되라‘는 말씀이 참 와 닿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교사로, 롤 모델로 삼는 분이 어떤 분인지 궁금합니다.
유인촌=숙종, 인조, 연산 등 사극을 많이 해서 그런지 역사 속 인물에 애착이 갑니다. 저는 정열적이고 개혁적이었던 조광조를 좋아합니다. 정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순수’함이 있었던 인물이지 않습니까. 어쩌면 저도 아직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실수도 하고요.(웃음) 앞으로 더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 유인촌은
서울 한성고교, 중앙대 연극영화학과를 나와 중앙대에서 연극학 석사학위를 취득,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MBC 6기 공채탤런트인 유 장관은 한국방송연예인노동조합 위원장, 굿네이버스 후원회장, 환경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제17대 대통령 취임준비 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