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가르친 선생님께 ‘교원연구년제’로 보답”

2009.05.06 10:54:00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교사 스스로는 큰일을 하고 있다고 자각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관 형성에는 선생님의 역할이 매우 지대합니다. 제 인생에서도 국가관, 민족관을 심어주신 분은 초등학교 은사님이었습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4일 이원희 한국교총을 만난 자리에서 “선생님이라는 훌륭한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스승의 날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안 장관은 이날 교원연구년제 확대와 학교자율화 방안 등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우수교원에 집중 투자…‘교원연구년제’ 선발인원 점차 확대할 것
‘외부전문가 교직 진출경로 마련’은 특정 고교 해당, 초등은 무관
근무성적평정 기간단축 필요 동감, 올해 반드시 개정작업 마무리

“교원은 최고 인재, 걸맞은 처우 선에 노력”



이원희=올해 스승의 날 기념식은 교과부와 교총은 물론 정부 고위 관계자와 정당 대표, 시·도교육감 등이 참석해 어느 때 보다 성대히 치러질 예정입니다. 스승 존경 풍토 마련을 위한 교과부의 노력에도 감사드립니다. 스승의 날을 맞는 교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병만
=우리는 선생님을 통해 세상을 배웁니다. 제 개인적 경험을 돌아보더라도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선생님의 진심어린 관심과 따뜻한 사랑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스승 존경의 분위기가 사라져 가고 있으며, 참다운 스승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어렵게만 여겨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럴수록 우리 선생님들께서 더 큰 용기와 힘을 내시고 아이들을 올바르게 길러주시는데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의 미래와 꿈을 키워주는 학교, 희망을 심어주는 교육을 이루기 위해 애써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이원희=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데로 선생님들이 용기와 힘을 가지기 위해선 교단에서 열심히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존중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범실시 되고 있는 수석교사제와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교과부가 추진 중에 있는 교원연구년제가 교원사기 진작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안병만=그렇습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우수교원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교원연구년제를 시범 시행하려고 합니다. 300명의 인원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교총과 교섭합의를 이행하는 차원에서도 교원연구년제에 대한 기본방향을 잘 마련해 구체적 로드맵을 스승의 날 즈음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원희
=새로운 교수법을 접하고 연구 연수의 기회를 갖는 것은 교원들에게는 매우 필요한 일입니다. 교총의 입장으로는 300명이라는 숫자가 전체 교원 수에 비해 너무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앞으로 더 늘려 주실 것을 장관님께서 약속해 주시니 선생님들에겐 큰 스승의 날 선물이 될 것입니다. 지난 1일 교과부에서는 교육과정․교원인사 등 핵심적인 권한을 학교단위에 직접 부여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는 3단계 학교자율화 추진방안 시안을 발표하셨습니다. 이 자율화 방안에 대해 몇 가지 우려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안병만=2008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학교단위 자율권 확대를 위해 학교자율화계획을 발표했으나 시․도교육청 중심으로 권한이양을 추진하고, 학교현장에서 요구하는 교육과정․교원인사 등과 관련된 핵심 분야의 자율성 확대 조치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에 마련한 시안은 부산, 서울, 대전, 광주 등 4대 권역별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5월말 경 확정․발표할 예정입니다. 이 계획이 시행되면, 학교교육의 만족도가 제고되고, 학교장의 책임 있는 학교 경영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님이 짚어주신 데로, 3단계 학교자율화 추진 방안에 발표된 ‘외부전문가의 교직 진출경로 마련’과 관련, 일부 학교현장에서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교과부의 방안은 전문계·특성화고, 예·체능계열 학교 등 기존 교원양성체제로 배출되기 어려운 분야에 한정해 박사학위 소지자를 중심으로 외부전문가를 임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교에 해당하는 것이며, 초등 교원 양성,임용과 무관함을 밝혀드립니다.

이원희=학교자율화를 통한 초중고교의 정상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유아교육입니다. 유아공교육 체제의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도 지난 2004년에 유아교육법이 제정되었습니다만, 교육기본법 제9조에 유아교육을 위해 ‘학교’를 둔다로 규정해 놓고도 아직 일제 잔재인 유치원으로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민족적 자긍심을 위해서도 ‘유아학교’로 명칭을 변경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안병만=유치원의 유아학교 전환은 지난 2004년 추진되다 보육계의 반발로 무산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유치원의 학교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고 유아교육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유아학교’로의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저 역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아교육이 초등교육과 같은 의무교육체제가 아니며, 유아교육과 보육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육계 등 이해관계집단과의 의견조정을 통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원희=부처이기주의에 의해 더 이상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장관님의 지속적 노력을 부탁드립니다. 학교현장에서 가장 관심 있는 사안을 꼽는다면 ‘교원잡무 경감방안’과 교원승진규정상의 ‘근평 기간 단축’일 것입니다. 장관님께서 지난 2월 교총을 방문하신 자리에서 교원의 잡무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시겠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또 지난 1월 교과부-교총 교섭 합의사항 중 근평 10년을 단축하겠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두 가지 사안에 대한 후속조치가 궁금합니다.

안병만=기다리시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지난 4월 일선학교에 시행되는 문서를 최소화해 교육현장의 업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선학교 시행문서 최소화 방안’을 마련․시행 중에 있습니다. 불필요한 문서인지 여부의 판단 등을 위한 위원회 구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교총과 협의를 통해 교원잡무 경감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교직원 간의 갈등이 야기되고 도서벽지 등 열악한 학교 근무를 기피하는 등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근무성적평정 기간 단축의 필요성에도 동감합니다. 교과부-교총간 교섭․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현재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학교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안으로는 반드시 개정작업을 마무리할 것입니다. 이 역시 교총과 면밀한 협의과정을 거쳐 합리적 기간으로 단축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원희=교과부 장관으로서 가장 힘든 부분이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관심과 우려일 것입니다. 대입 자율화 추진 이후 대교협의 미흡한 역할 수행, 사회적 책무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학들의 대입전형계획 발표 등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 학교 현장은 많은 혼란을 겪어왔습니다. 또 대입제도 선진화를 위해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는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받고 있는데요.

안병만=대학입시는 대학 자율성 존중과 초·중등교육 정상화라는 두 가기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합니다. 점수 경쟁을 하는 현행 대입방식으로는 초·중등교육의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 회장님도 잘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입학사정관제는 현재 성적 위주의 교육 현실을 바꾸고 대입제도를 선진화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면 대학의 학생선발권한 확대와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서는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원능력개발평가제’ 도입과 함께 수준별 이동수업 및 교육과정의 자율성 확대 등으로 학교 교육의 질을 높여 나갈 것입니다. 또 사교육 없이도 다양하고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우수 학교(사교육 없는 학교)를 발굴해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수립 중에 있으며, 구체적 실행계획을 충실히 준비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원희=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장관님 말씀 데로 교사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위해서는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들을 발굴, 홍보하고, 합당한 대우와 보상 등 인센티브를 주어야 할 것입니다. 현직교사의 EBS 파견 등을 통해 콘텐츠 및 교수법 등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등 교원의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병만=교과부도 공교육 내실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EBS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회장님 의견대로 우수한 현직교사를 EBS 수능강의 및 교재집필 등에 전담할 수 있도록 EBS에 수능 영역별로 10명 정도, 2년 간 파견해 교재판매에 따른 인세를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EBS와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교육 내실화에도 크게 기여할 이 제도에 교총에서도 적극적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원희=교총의 의견을 잘 수렴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며칠 전에도 충남과 경북에서 교육감 선거가 있었습니다만, 현재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10여개가 상정되어 있고, 그 핵심 내용이 교육감 선거제도에 관한 내용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불과 2년 전에 개정한 교육감 주민직선제에 대해 정당공천제,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제, 혹은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제도 등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안병만=모든 제도가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에 있어서도 선거방식이라는 ‘제도’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직선제를 포함해 정당공천제, 러닝메이트제, 임명제 등 다양한 교육감 선거제도가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바, 학계․교육계․국민여론 등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원희=스승의 날을 맞아 교원들에게 교원연구년제 도입이라는 선물을 비롯해 좋은 말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장관님께도 스승의 날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안병만=감사합니다. 요즘 교단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가 모여 있는 것을 잘 압니다. 그에 걸맞은 처우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스승의 날을 맞은 모든 선생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선생님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 안병만은
한국외국어대 총장을 두 차례나 역임한 교육행정가로, 법과대학을 졸업했지만 교수의 길을 택했다. 안 장관은 4·19와 5·16의 격동기에 자기 영역을 지키며 대학생들을 따뜻하게 지도하는 은사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충청북도 괴산(1941년) ▲경기고 ▲서울대 법과대학(행정학사) ▲서울대 대학원(법학석사) ▲미국 플로리다대(정치학박사) ▲한국외국어대 교수 ▲한국외국어대 학생처장 ▲한국행정학회 회장 ▲한국외국어대 총장 ▲한국정치학회 교육위원장 ▲사이버외국어대 총장 ▲한국대학총장협회 회장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사장 ▲한미교육문화재단 이사장 ▲대통령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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