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틀․기능 ‘지식재산형’으로 재창조해야

2009.11.30 10:35:20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장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장의 DNA 속에는 ‘과학’과 ‘아이디어’, ‘변화’와 ‘젊음’이 코딩돼 있는 것이 아닐까. 71세의 이 관장은 머리카락에만 하얀 서리가 내렸을 뿐 피부와 목소리에서는 팽팽한 ‘힘’과 언제라도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 수 있을 만큼의 ‘천진함’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지난 11월23일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실에서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을 만난 이상희 관장은 대담 내내 과학과 기술, 교육에 대해 세월이 가져다준 혜안과 그만의 아이디어를 담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과천과학관 과학문화 확산 위한 'Science center'로 육성
‘과학관이 살아있다’ 시나리오 제작 아이디어 공모전 열 것

사이버 보안 및 도덕 등 정식 교육과정 채택해 가르쳐야
미래국가 경쟁력 물리․수학 능력 결정, 창의적 교육 필요



이원희=지난 13일 1주년 행사를 공청회 형식으로 치러 화제가 되셨습니다. 이 관장님이 취임 하신 이후에 국립과천과학관이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된 것 같습니다.(웃음) 과학관을 어떻게 이끌어 갈 비전을 가지고 계신 지, 관장님만의 변화의 키워드가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상희
=4선 국회의원, 장관하던 사람이 2급 국장자리로 간다고 하니까 본의 아니게 세상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취임식도 생략하며 직원 간담회를 개최하고, 얼마 전 1주년 기념행사는 대중과 함께하는 공청회로 개최하는 등 기존의 틀에 박힌 사고를 전환시키기 위한 저 나름의 노력들이 언론에서 이슈화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과천과학관을 변화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변화의 키워드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한마디로 ‘과학기술 대중화’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즉 과천과학관을 전시위주의 Science museum 기능보다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평생 과학교육 및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Science center로 육성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원희=말씀하신 데로 과학관은 학생들이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고,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과학이라는 교과목을 학생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어렵다고 선을 그어버립니다. 과학관에 와서도 형식적인 관람만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데요. 학생들에게 지적 호기심이 일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학관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교사들을 위한 제언의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이상희=중국 속담에 ‘들으면 잊어버리고, 보면 기억하고, 직접해보면 이해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21세기 형 교육의 핵심은 아마 체험일 것입니다. 학교 교육이 모든 교육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이 또한 전부일수는 없습니다. 특히 과학교육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과학적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학습이 필요한데 바로 과학관이 학교 교육을 보충하는 체험의 장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과학관에 와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원희
=그래서 ‘과학관이 살아있다’(가칭)라는 영화 제작에 관심을 가지신 모양입니다. 취임 인터뷰에서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과학이 학생, 학부모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데 그 이상의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관장님다운 파격적 취임 일성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문제는 예산일 거 같습니다.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 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제안을 드리자면, 이 영화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실 때 학생과 교사들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이상희=제 이름이 이상희입니다. ‘이상하고 희한한 사람’ 이름처럼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조금 있나 봅니다. 과학관을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알리는 방법으로 영화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영화 ‘쥬라기공원’ 1편이 자동차 150만 대의 수출 효과가 있다고 자주 말하는데, 이런 좋은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든 활용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예산반영이 안 되면 투자자를 모으고, 그래도 안 되면 내 돈이라도 내어서 해야겠죠. 사실 많지는 않지만 제 급여도 영화를 위해 쓰겠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꼭 해야 될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영화를 전 국민이 참여하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과학관이 살아있다’ 시나리오 제작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무궁한 창의력을 가진 학생들 뿐 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이원희=1996년 15대 국회의원 시절, ‘10만 해커 양병’을 주장하셨습니다. 얼마 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있을 당시 관장님의 이 발언이 다시 화두에 올랐습니다. 정보화는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사이버테러나 사이버 도덕에 관한 교육은 그 속도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보화 전문가이신 관장님께 학교 사이버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이상희=지구상 육지 면적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1억4천만 평방 km 정도 됩니다. 불과 십여 년 전만하더라고 육지만이 우리 생활의 주된 터전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어떻습니까?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어떻게든 사이버 세계와 연결되어 사이버 세계와 단절된 우리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저는 이미 10년 전부터 사이버 세계의 급속한 팽창과 중요성 그리고 이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취약성을 인식을 하고 있었으며 이에 ‘10만 해커 양병’을 주장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사이버 세계는 실체가 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한번 둘러보십시오. 이미 사이버 세계는 우리와 밀접히 연결되어 하나의 실체를 형성하고 우리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는 사이버 세계가 주요한 생활의 터전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어린 학생들에게는 지금까지 우리가 받아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교육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대두되고 있는 사이버 보안 문제나 사이버 도덕 등 사이버 세계에서 필수적인 내용을 국어, 영어, 수학 등과 같이 정식 교과과정으로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원희=공감합니다. 저희 교총에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관장님에게 여러 아이디어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관장님께선 지식재산포럼 공동대표도 맡고 계십니다. 작년 미국 금융계도 지식재산혁명을 외면한 결과 금융위기의 홍역을 세계에 퍼뜨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지적재산입국’으로의 변화에 소극적인 거 같아 안타까운데요. ‘지적재산입국’으로의 길을 어떻게 열어가야 할 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상희=국가예산 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과 ‘국방’의 재창조가 선행돼야 합니다. 빌게이츠는 “미래국가 경쟁력은 물리․수학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습니다. 특히 초중고의 입시중심 교육은 창의적 두뇌개발 중심 교육으로 가야할 것입니다. 대학의 역할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는 대학이 지식재산을 생산하는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중앙연구소가 되어야 합니다. 응용분야 박사학위는 특허 학위로 유도하고 개별 논문보다는 팀워크가 중심이 되는 특허 논문을 권장하면 대학은 기술개발, 특허 등 지식재산의 생산 공장이 될 것입니다. 또 국방예산과 국방인력을 국방첨단기술 개발에 활용해 이를 산업기술에 전용할 수 있다면, 국방 분야가 지식재산 생산의 새로운 공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부 조직 역시 지식재산생산 및 관리 조직으로 재창조해야합니다. 지방자치와 행정조직의 특성을 묶어 서로의 시너지를 발생시킨다면 지식재산 특성화로 지방자치경제를 활용이 가능할 겁니다. 4대강 사업이 한참 논란입니다만 저는 국토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4대강을 개발하고 ‘4대강 지식벨트’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의 특성에 맞게 IT․BT․Nano․ET벨트 등 4대강의 지식벨트화를 추진하면, 4대강 개발이 지식재산 혁명의 거대한 물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선진국들은 지식재산 혁명을 소리 없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500대 기업의 자산은 이미 70%이상 무형의 지식재산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업의 주가(株價) 또한 연구개발의 결과물인 지식재산 특성에 따라 등락이 결정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로 국가재창조에 대한 변화를 좀 더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구해야 합니다.

이원희=우리 국민의 우수한 두뇌를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이며 창조적 두뇌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이 유도해야 한다는 말씀이신 거 같습니다. 이웃 일본도 지적재산기본법을 제정해 총리가 지적재산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지식재산형 국가로의 변화를 혁명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 거대한 역사적 바람을 ‘적벽대전의 동남풍’처럼 업고 국가재창조를 단행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 관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더 절실합니다. 저희 교총도 대한민국을 지식재산형 국가로 재창조하는데 역할을 담당하려합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서로 좋은 파트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감사드립니다.

■ 이상희는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장은 국내 최고의 ‘과학 전문가’다.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이 전 장관은 동아제약 상무이사를 거쳐 11, 12,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1988년부터 89년까지 과학기술처 장관을 역임했다. 이후에도 대한변리사회 회장, 세계사회체육연맹(TAFISA) 회장, 가천의과학대 석좌교수, 지식재산포럼 공동대표 등을 역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해온 그는 지난 대선 때 ‘과학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사비를 털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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