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안양옥 교총회장, 김성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 교수(전 학장)이 교과교육 연구활동 활성화를 통해 교원능력을 향상시키고,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모였다. 교육 각계의 전문가인 이들은 각 교과별로 이뤄지고 있는 교과연구활동을 통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각 교과수업이 학교 교육활동의 중심
교사, 지식전달자보다 실천연구자 돼야
교과벽 허물어 통합적 사고 길러줘야
안양옥 : 학생과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교과수업으로 보냅니다. 교과수업이 곧 학교교육이고, 어쩌면 학교 다른 활동들은 교과수업을 돕는 역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교사들은 자신의 전공 교과를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늘 고민해야 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알고 가르치는 차원을 넘어 알아가는 과정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그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연구자로서 역할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고무적인 사실은 예전에 비해 교과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고, 연구자도 많아지는 추세에 있습니다.
조영달 : 교과교육에서 교사는 학교에서 지식의 획득 경로를 깨우쳐주는 사람입니다. 이에 대해 교과교육은 교수학습의 환경 속에서 교과와 교사 및 학생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적 실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의할 경우 지적과정에 대한 강조뿐만 아니라 교과와 교사 및 학생 모두가 같이 어우러진 통합적인 과정이 강조되며, 교실수업과 사회, 교육과 제도, 학교와 교실, 언어와 상호작용, 학생과 교사의 특질, 교육내용과 수업의 참여구조, 연구의 실천성과 행동성 등의 많은 다양한 연구주제들이 테마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교과교육을 정의하고 연구할 경우, 교과교육학은 교실수업의 실체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통로를 개설해주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김성열 : 교과교육학을 간단히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교과)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교육학)의 통합적 연계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교과지식과 그것을 가르치는 방법은 분리된 것이 아니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무엇을’에는 전통적으로 다루어 온 교과 지식을 의미 있게 포함해서 역량을 길러주도록 교과 내용을 재조직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새로운 내용도 도입해야겠지만 기존의 교과 내용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도 좋습니다. 이것은 ‘어떻게’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이제 교과교육학은 분과학적 교과교육학 전통을 넘어서서 역량중심 교과교육학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교과지식을 어떻게 구성하고 가르칠 때 학생들이 문제해결력 등 핵심역량을 기를 수 있는지 등에 보다 더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안양옥 :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까지 교과연구는 교수학습 분야가 많은 부분을 차지해왔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그만큼 교과연구에 대해 우리가 연구하고, 많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우리에게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교과교육은 수업을 분석하고 교수법을 연구하는 차원을 넘어 교수학습의 다각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노력이 결국 교실수업의 핵심에 대한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장 선생님들도 이같은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교과별로 연구회를 조직해 심도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흔하게 하는 말로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하는데 이는 결국 교사들이 교과전문성을 개발해야 한다는 당위성이고 또 그 중요성에 대한 강조라 할 수 있습니다.
김성열 : 그렇습니다. 교사들은 전공교과별로 또는 범교과별로 연구회를 조직해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선생님들이 조직한 범교과 연구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활동은 계속적으로 그 수가 증대되고 있고, 그 내용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식으로 세미나나 연구활동을 전개하면서 교과전문성을 개발해 나가는 선생님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이같은 교사들의 교과연구활동은 그들 자신의 전문성 개발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교현장의 개선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교과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주제로 삼아 함께 논의하고 개선책을 모색함으로써 교실 수업개선이나 학교운영체제 개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육이 오늘의 발전된 모습에 이를 수 있는 것도 교사들의 교과연구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교과내용학이나 교과교육학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실천 장면에서의 이론을 검증하기도 하는 교과교육 연구 활동은 이론적 지식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영달 : 최근 들어 실증적 연구뿐만 아니라 해석적이거나 비판적 연구와 함께 실행연구도 중요한 방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 흐름은 교과연구의 중요한 진전인데요. 현장의 선생님들과 교과 전문가의 협력이 연구력 증대에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교과교육은 그 근저에 실천성과 기예(技藝)적 측면이 있다고 본다면 현장과 융합된 연구야 말로 제대로 된 교과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더 이상 교사가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교과를 중심으로 하는 ‘전인적 실천연구자’가 됨을 뜻합니다. 이렇게 될 때 실천과 참여 그리고 이론이 어우러진 아주 강한 그러면서도 국지적 이론을 지닌 지금의 일반교육학이나 단순한 지식전수의 교과교육이 아닌 ‘제3의 새로운 교육학’이 될 것입니다.
안양옥 : 교과교육이 교육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우리가 주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환경적 요인에 의해 변화가 큰 것 또한 사실입니다. 특히 교육과정과 연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육과정의 변화는 결국 교과 교사 수급이나 수학능력시험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교과교육과 교육과정은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1년 전 과목축소, 수업시수 증감편성, 집중이수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교육과정이 발표됐는데 이에 대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열 : 2009개정교육과정의 특징은 학년군, 교과군, 집중이수제, 일부 교과 영역에서 교과통합을 통해 교과수를 축소한 것, 창의적 체험활동을 도입한 것 등입니다. 물론 단위학교가 교육과정의 구성과 운영에서 이전보다 더 큰 자율성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2009개정 교육과정은 교사들의 교과교육 연구활동에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교사들은 이론상으로만 이야기하던 학년군이 과연 어느 정도로 현장 적합성을 가지고 있느냐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년군이라는 틀로써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어떤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하는지도 끊임없이 점검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교과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중이수제의 교과별 효용성도 따져볼 수 있습니다. 단위학교의 자율성은 교육과정의 운영모습을 어떻게 변화시켜가고 있는지도 계속해 점검할 수가 있습니다. 이른바 국‧영‧수 편중현상이 나타나는지 만약 나타나고 있다면 어떻게 그것을 개선할 수가 있는지 등도 교과연구활동의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과연구활동이 일부 영역에서 교과목의 통합은 과연 융합적 교육과 교과간 칸막이를 강조하는 분과학적 전통을 넘어서고 있는지를 밝혀 줄 수 있습니다.
조영달 : 교육과정 개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우선 개정 과정이 좀 더 소통적인 논의가 될 수 있게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일반교육학의 총론과 교과교육 각론 사이에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고, 교육현장과 정책 사이에 소통도 이뤄져야 합니다. 이는 형식적인 공청회나 정치과정으로서의 공청회가 아닌 좀 더 긴 시간의 ‘자율적 숙의과정과 참여구조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또 교육과정 논의가 ‘전문가적 논의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육과정은 정치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야기 될 수 있지만 교육과정의 개발과 설계는 교육이 그 본질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를 무시하게 되면 교육과정은 과도하게 정치화되고, 예측가능성을 상실해 장기적으로 혼란을 야기할 것입니다. 교육과정과 관련한 또 하나는 ‘여건의 성숙’입니다. 재정적․인적․인식적 성숙없이 실행되는 개정이나 변화는 의미가 없고, 현장 교육에 무력감만 줄 뿐이기 때문입니다.
안양옥 : 오늘 논의는 교과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고, 그 발전방향에 대해 진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교과교육에 대해 실천연구도 하고, 교사․학자․전문가들이 하나로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교과교육학회’와 같은 조직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름을 붙인다면 그동안 교과교육학은 각각의 부분으로서는 많은 발전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연구자도 많아졌고, 현장의 유능한 교사들도 교과연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부분으로서의 기능밖에 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찰하고, 통합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조직을 통해 정책담당자, 학자, 현장 교원 들이 모두 참여해 횡적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때 진정한 의미의 교과교육연구 또 진정한 의미의 참여하는 교육과정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조영달 : 좋은 지적이십니다. 교과교육이 활성화되고 현장교육이 살아나려면 그 핵심 주체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교사는 교과교육과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실천자이자 연구자로서의 위치에 있습니다. 단순한 수행자가 아니라 완전한 참여자이자 능동적 관여자라는 점에서 전문적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또 학교행정은 이런 실천여건을 검토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소통하는 통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책당국은 교과의 가치를 명료화하고 그 실행을 지원해야 하며 현장의 목소리에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학부모와 지역사회는 교과와 교육과정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일종의 촉진자 역할을 할 때 우리의 교육은 한 단계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성열 :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언제 어디서나 교과서에 나와 있는 정보를 손쉽게 찾고 교류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한정된 학교 교육을 통해 무한히 열린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 교과교육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적절하게 선택하고 실행하는 것이 어느 시기보다 중요합니다. 학교 현장은 모든 교육 관련 이론이 실행되는 곳이자 평가받는 곳이며 또한 생산되는 곳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선택과 실행은 학교 현장의 교사와 행정가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평가, 인지심리학, 교육공학, 교수학습, 교육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 전문가, 그리고 정부와 지방 행정 당국이 교육 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협력할 때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지식 융합을 통한 창의성 신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교과별 칸막이 교육이 아니라 교과간의 벽을 허물어 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과-교육학-교과교육학 간의 협력과 노력 그리고 행정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