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환영’하고 김상곤 교육감이 ‘기대’한다?
교육행정 관료 출신으로 처음 교육부장관에 오른 서남수 내정자에 대한 평가가 엇갈라고 있다. 풍부한 행정경험이 조직의 안정을 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애매한 교육철학에 대한 지적도 현장 교원들로부터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다양화정책’ 수직적 서열화 발언
◆ ‘이해찬 세대’ 학력저하의 원죄적 책임=이 같은 우려의 가장 큰 배경은 그의 이력.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이듬해 문교부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서 내정자는 1998년 국장급인 교육정책기획관에 올랐다.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갈 수 있다’는 무시험 전형 확대를 골자로 한 대입정책과 교원정년 단축에 핵심역할을 한 것이다.
이른바 ‘이해찬 세대’로 불리는 고교생 학력저하와 교육황폐화에 책임이 있는 소위 ‘이해찬 5인방’ ‘교육5적’으로 불리던 이들 중의 1인이 서 내정자라는 것.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부 차관보와 차관을 지내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퇴임한 서 내정자는 홍익대와 경인교대에서 초빙교수와 석좌교수로 지내다 공교롭게도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취임한 2010년 다시 돌아왔다. 그 해 9월 서 내정자는 서울시교육청 교육복지정책자문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8월까지 활동했다.
서 내정자는 이 당시 교육시민단체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월례포럼 토론자로 참여, 주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혀왔다. 2011년 8월 포럼에서 “현 정부(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정책’은 실제로 고교 수직적 다양화 즉 서열화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밝혔으며, 12월 포럼에서는 “시장주의 원칙을 무차별적으로 교육에 도입해 경쟁과 입시위주 교육으로 인한 모순을 심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수월성 교육 등 기본적인 틀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승계한 것으로 평가되는 박근혜정부 교육정책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박사논문과 ‘교육 10대과제’ 보고서에는
◆ 학급별 평가·학교인권존중 등 전교조 주장과 유사=서 내정자의 이 같은 기조는 그의 연구결과물에도 나타나고 있다. 1995년 동국대 박사논문인 ‘한국의 교육과 국가와의 관계’는 대체적으로 가치중립적이라는 평가지만 전교조 활동을 언급한 부분에서는 “(1989년)전교조 파동에 대한 결말은 한국 교육에서 교원의 자율성과 전문성의 부정이 아니라…”고 밝혀 노동운동의 일환으로 전개된 전교조 운동을 왜곡해 표현했다. 또 한국교총이 줄기차게 요구해 제정된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도 전교조의 교육민주화 운동의 결과인 것처럼 언급해 사실관계를 잘못 적시했다.
또 최근 연구를 수행한 한국교육개발원의 ‘미래한국 교육 10대 과제’에도 진보성향의 견해가 일부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서 학생평가체제 개선을 주장하며 학급(교사)별 평가 도입을 강조했는데 이는 전교조의 일제고사 반대논리와 같다. 또 2010년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간의 단체교섭에도 들어있는 부분으로 2011년 곽 교육감이 주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무상교육 확대해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교육기회의 실질적 평등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과 창의인성·핵심역량 중심 교육자료 개발을 주장하며 ‘교과서 검정제를 현저한 정도로 약화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며 창의인성·핵심역량 중심의 교과서가 생산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화 해야 한다’고 밝힌 부분도 그동안의 전교조 측 주장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향후 초중등교육정책 방향을 제안하며 교육과정에서 ‘수업혁신과 참여의 학교문화 조성’, ‘학교를 인권존중과 민주주의 생활공간으로 만드는 일상적인 혁신 필요’, ‘유능한 교장이 임용될 수 있도록 현재의 교장승진제도 변화 필요’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 한 초등 교감은 “박근혜정부는 교육정책의 큰 틀을 현 정부에서 승계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 아닌가”라며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아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병역회피 의혹까지…청문회 넘을까
◆ 28일 청문회 병역회피·위장전입 논란될 듯=한편 국회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서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28일 실시하고 3월 4일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했다. 또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5일전까지 이루어져야 하는 증인신청 시간이 촉박한 점을 고려해 양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과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서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현역입대 고의 회피의혹과 고위관료 출신으로 경영 부실대학 심사를 받은 위덕대 총장으로 가게 된 배경, 위장전입 의혹 등이 문제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겸임교수 수당, 증여세 미납 등의 의혹과 박사학위 및 연구 논문, 각종 언론 기고문 등에서도 교육철학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서 내정자는 위덕대 총장 취임에 대해서는 재정지원 제한 대학 지정과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으며, 위장전입 의혹의 경우 학군을 의식해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