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창간기획] 꿈과 끼 살리려면, 규제보다 자율권 줘야

2013.05.21 15:07:42

박근혜정부 교육정책

박근혜정부의 교육정책 중 이목이 집중되는 정책은 자유학기제, 선행학습금지, 대입 간소화, 국가직무능력표준 중심 직업교육 개편, 전문대 집중 육성 등이다. 이들 정책 모두가 시행의 취지에 대해서는 교육계와 사회 전반의 공감대를 얻고 있으나 구체적인 추진 방법과 실현 가능성,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정부의 교육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고 보완돼야 하는지 본지 논설위원들에게 들어봤다. 좌담에는 강선보 고려대 교무부총장,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 박정곤 대구 서재중 교장, 최의창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황윤환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자유학기제 관건 ‘교사 전문성‧성취평가 객관성’
교사의 관찰 통한 ‘성장 포트폴리오’ 평가 필요

- 자유학기제는 지필시험을 줄이고, 체험활동 위주 교육을 하게 된다. 평가체제 변화도 불가피하다. 특히 전면실시가 예정된 2016년엔 성취평가제가 고교까지 모두 이뤄진다. 평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나.

최의창=현장에서 성취기준 명료성에 대한 불만족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성취수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성취평가제 안착의 관건이다. 구체적 성취수준이 평가자와 평가 받는 이 모두에게 납득이 될 수 있도록 서술돼야 한다. 이 같은 객관적 자료들과 함께 교사의 교과전문성을 반영하는 질적 평가의 정당성이 인정돼야 한다. 인성적 자질과 수준이 계량적, 객관적으로만 드러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학생의 인성지도를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황윤환=
우리 교육은 대학입시라는 평가가 초등교육의 내용과 방법까지 결정하고 있다. 학생과 학교가 공동으로 학생의 성장 과정과 미래에 대한 기대와 그를 위한 노력을 기록하는 성장과정 포트폴리오 평가의 활용을 제안하고 싶다.

- 2009 개정교육과정부터 진로교육이 강화됐지만 실질적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존 교육과정의 틀을 유지하면서, 본래 취지에 맞는 자유학기제 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명수=기존 교육과정 운영과 자유학기제가 지향하는 수업 간의 괴리감을 줄이려면 교과서에 의존하지 않는 수업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강선보=사실 교과목의 재편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교과목을 상당 부분 유지한다면 내용체계에는 간 학문적 성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교과 내용 적정성도 검토해야 한다. 한정된 교육시간에 비해 가르치고 배울 교과목 내용이 많다면 진로교육을 충실히 하기 어렵다.

최의창=중학생 시기에 장래 직업에 대해 구체적 생각을 갖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진로탐색’보다는 ‘적성발견’을 강조해야 한다. 현실적 직업관보다는 적성이 먼저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로서 학부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내야 이 제도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 인프라에 따른 교육격차도 문제다. 학부모, 기업인식 변화 등을 이끌어 인프라를 확충하려면 어떤 노력이 요구된다고 보나.

박정곤=대도시도 어려운데 농산어촌 학교들은 의지가 있어도 주 단위 또는 월 단위 단편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학교의 여건과 특성을 고려하여 선택할 수 있는 복수의 프로그램을 구안해 제시하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



김명수=
학부모의 지지도 필요한 만큼 상담일지와 보고서 등을 작성해 학부모와 소통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참여 유도를 위해 기업이 필요한 인재 양성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기업의 마케팅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홍보하고 정부 차원에서의 혜택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

-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안이 발의됐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김명수=한국의 선행학습과 기형적인 사교육 시장의 역사적 경과를 살펴보면, 공교육의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부담의 완화의 전제조건이 사교육의 선행학습 억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교육 기관의 선행학습금지에 대한 내용이 꼭 포함돼야 한다.

황윤환=‘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은 규제 중심보다는 미국처럼 정부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학교 교육이 변할 때 보상을 해주는 특별법 형태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강선보=맞다. 규제보다 보장 차원에서 공교육정상화촉진법이 마련돼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교사의 질 향상과 양적 확대다. 궁극적으로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주체는 교사이기 때문에 교육적 지식과 기능 뿐 아니라 인성적 자질을 갖춘 도덕적 전문인으로 교사를 양성해야 하며, 더불어 교사 1인당 학생 수 감축을 통한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안정적 수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입전형 간소화 “입시부담 경감 큰 도움 안 돼”
직무표준중심 교육과정개편, 인성교육 차질 우려

- 교육부는 학생부, 논술, 수능 위주의 대학입시 간소화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는데.

강선보=전형 종류 많다지만 사실은 단지 이름과 세부적 반영비율의 차이일 뿐이다. 유형이 간소화된다고 직접적 부담 완화는 안 될 것이다. 정보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은 해소할 수 있겠지만 입시전형의 예측성과 지속성을 유지하는 편이 불안감도 적을 것이다. 대입개선은 대학들이 모집단위의 특성화를 살린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최의창=
서로 내용은 같으나 명칭만 약간씩 다른 전형들은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전형의 개수를 대폭 줄이는 것은 반대한다. 시험만 잘 보는 아이들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과 재능을 지닌 학생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학교별 특성을 지닌 전형들에 대해서만 개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다.

- 입학사정관제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적성을 살린다는 취지에 맞게 안착시킬 방안은.

강선보=확대 일변도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력 부족, 전문성 부족 등의 기반 부실이 드러났다. 일부에서는 특별전형을 이름만 바꿔 시행하기도 한다. 양적 확대보다는 학생들을 심층적이면서도 다각적으로 발굴하여 선발할 수 있는 질적 고도화로 전환돼야 한다.

박정곤=일정 부분 문제점이 노출됐더라도 정착시켜 나가면 바람직한 제도로 승화시킬 수 있다. 대학별로 연계해 입시 전형을 실시해 보는 방안도 제안해보고 싶다.

- 교육과정 상에서는 지필고사의 비중을 축소해 나가면서도 정작 대입은 지필고사인 수능이 중요하게 판단되는 엇박자를 해결해야 하지 않나.

황윤환=수능은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 일정 기준을 넘어선 학생들에 대해서는 입학사정관제도 등을 활용하는 것이 자유학기제의 정책 방향에 부합한다.

김명수=수능이 가장 중요한 전형 자료다 보니 한 번의 표준화된 시험 점수를 위해 모든 입시생들이 내달린다. 미국은 표준화된 국가 수준의 시험으로 SAT I, SAT II, ACT, AP 등의 다양한 시험 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영국은 GCSE, GCE AS/A2 Level, GCE A Level 등의 시험 제도를 갖춰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려면 다양한 시험 제도가 필요하다. 대학별, 학과별 본고사 제도도 검토해야 한다.

-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해 직무능력표준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겠다고 한다. 이 정책이 고졸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박정곤=
당장 고졸 취업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발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나 산업 현장과 학교교육의 괴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현장의 어려움은 클 것이다.

강선보=산·학 연계강화 방향은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사회구성원으로서 기초 소양을 기르고 전인교육을 해야 하는 학교교육의 본질과 목적을 생각하면 국가직무능력표준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기업도 학교에 ‘인성’교육을 요구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졸취업 권장이 자칫 대졸취업 위축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 전문대 수학연한 다양화를 제시했는데, 4년제 일반대와 전문대가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황윤환=당연하다. 각각 나름의 역할이 있는 만큼 미국처럼 4년제 일반대에서 일정 비율의 전문대 출신 학생들을 확보토록 하는 것과 같은 상생 방안을 우리도 모색해야 한다.

박정곤=대학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과제일 테지만 수학연한만 다양화한다고 해도 기업 요구 인력 양성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만큼 고등교육기관의 역할 수행이 부실한 대학들에 대한 조치가 우선되고 나서 다양화를 논해야 한다.

- 그밖에 정책 제언을 하신다면.

최의창=발등의 현안보다 예방적, 선제적 관심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학교체육활성화’는 환영하지만 스포츠강사나 시설 확충 등 양적 확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청소년들의 삶을 체육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보다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강선보=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은 사립대학의 말살 정책과 다름없다. 정부의 재정지원 없는 반값등록금 정책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사립대학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을 과감하게 줄이고, 사립대학의 설립취지에 맞게 학생선발, 교육과정 운영, 등록금책정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김명수=국‧공립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논문숫자로 실적을 평가하는 성과급제가 논문표절을 암암리에 묵인하는 현상을 만들고, 대학에 대한 과도한 압박은 대학을 고사상태로 만들어 연구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국립대 선진화 방안’으로 손상된 국·공립대의 위상 회복해야 한다.

박정곤=교육부 전체 직원의 10%도 안 되는 전문직 숫자에 교원들이 절망하고 있는 점을 헤아려 주면 좋겠다. 어떤 정책이든 각 학교가 처해 있는 여건과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실질적으로 수렴하여 방향을 결정해 나간다면 행복교육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정은수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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