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수업개선 열정 쏟는 현장 교사들

2014.09.27 12:52:33

동영상 촬영·기타반주·연극·카드놀이 등 활용
배운 적 없는데 ‘거꾸로 교실’ 운영한 사례도


프랑스에서는 요즘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교수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는 수업에 대한 모든 권한을 교사에게 일임하고 있다. 자율권이 보장된 것은 장점이지만 반대로 그만큼 수업 개선을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 교사들은 현장 교원들 간 개별적 교류나 개인의 자유로운 연수·연구 활동을 통해 수업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7일 르몽드지는 교실수업 개선을 위한 국가정책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교사 개개인이 스스로 개발해낸 다양한 대안적인 교수법과 교실수업 개선 경험을 소개했다.

프랑스 남부 발라브리(Vallabrix)에서 근무하는 영국 출신 영어 교사 마이크(mike)는 수업시간에 기타를 들고오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프랑스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재들을 이용한 영어 수업이 효과적이지 않고 학생들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30명의 학생 모두가 영어를 충분히 말하기에는 수업 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워야 하는 문법이 담긴 다양한 노래를 기타를 치며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수업방식을 바꾸자 학생들은 영어로 된 노래를 부르며 단어와 문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기 시작했다. 부모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아이들이 집에서 영어로 노래를 부르고 함께 여행할 때는 온 가족이 함께 음악시디를 들으며 따라 부른다”며 “영어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에손느(Essonne) 지방의 중학교 영어교사 에밀리(Emilie·30)는 디지털 장비를 적극 활용했다. 학생들은 각자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된 것처럼 자신의 모습을 녹화한 후 수업시간에 함께 촬용한 내용을 나눴다. 또 블로그에 미리 틀린 부분이 있는 수업자료들을 올려 학생들에게 교정하도록 했다. 교사가 학생들이 잘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방식을 피하면서도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동료교사들과 함께 만든 카드놀이를 활용하기도 했다. 카드놀이를 통한 학습은 수업시간에 학생들과의 관계를 도모하고 스트레스 없이 시험을 준비하는 기회가 됐다 카드에 사용될 자료들을 찾고 적절한 활용방식을 준비하기 위해 교사들은 발로 뛰고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결론적으로 학생들에게 높은 학습효과가 있었다.

디에프(Dieppe) 지방의 프랑스어 교사 크리스토프(Christophe, 56)는 올해부터 수업평가를 더 이상 점수로 하지 않고 있다. 아직 시행한 지 얼마되지 않아 결과를 말하기엔 이르지만 학생들의 심리적인 부담이 줄어들어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유일한 문제는 점수에 익숙해져 점수 없이는 학업 향상의 정도를 평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인식 변화였다”고 말했다.

바욘(Bayonne)에서 역사·지리를 가르치는 올리비에(Olivier·47세)는 ‘거꾸로 교실’을 몰랐지만 유사한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2008년부터 모아온 난독증 학생을 위한 mp3 강의, 동영상 자료, 학습지, 학생들의 보고서, 온라인 자기평가를 위한 퀴즈, 링크 등 모든 수업자료를 학생들과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이 자료들을 수업 시간에 반복해서 쓰는 건 아니다. 학생들은 각자 수업 외 시간에 블로그를 통해서 자료를 보고 익힌다. 그렇게 확보한 수업시간은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에 쓰인다.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토론과 의견교환, 활동, 프로젝트 학습 등이 이뤄진다.

수업시간에는 더 이상 필기를 하지 않는다. 필기에 학생들이 쓰는 시간을 없애고 각자 학습한 내용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발표토록 해 학생이 스스로 관심영역을 개발하고 넓혀 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생디지에(Saint-Dizier)의 중학교 교사 로랑(Laurent)은 3~4분간 긴장을 푸는 활동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수업을 시작할 때 흥분돼 있어 교사들은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기를 몇 분씩 기다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미술작품 소개하기’, ‘눈감고 음악 감상하기’ 등을 통해 긴장을 풀고 수업을 시작하면 수업분위기나 학생들의 태도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중·고교 교사 알랭(Alain)은 학생들에게 자신에 대한 평가를 묻는다.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수업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수업시간에 말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열심히 가르친다’, ‘너무 엄하다’ 등의 질문 목록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각 항목에 ‘과하다’, ‘충분하다’, ‘부족하다’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자체평가를 통해 수업의 내용과, 학생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라(Sarah)는 문학 수업을 위해 작품 속 장면을 연극으로 연출하고 있다. 그는 “학급의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자신의 교수법을 평가했다. 무대연습을 통해서 학생들은 서로 의견이 충돌하거나 대본을 잘못 이해하는 등의 문제를 겪지만 함께 공동 작업을 하면서 인내와 화합을 배웠다. 또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관점이나 태도를 개선해 나가기도 했다. 학생들의 목표의식, 소심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성격 개선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영순 파리거주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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