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중학교 졸업까지 3개 외국어 익혀

2015.05.18 09:46:46

‘글로벌 인재’ 교육과정 운영
영어 등 2개 필독, 1개 선택
학습 시작 연령 점차 낮아져

핀란드에서는 학교 교육과정만으로 3개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핀란드는 모국어 교육을 매우 중시하는 국가로 정평이 나 있다. 무려 650여 년간 스웨덴의 지배, 108년간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꿋꿋하게 지켜낸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해력과 판단력의 기조는 모국어라는 명확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모국어 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핀란드뿐만 아니라 스웨덴, 독일 등 교육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핀란드는 유아기와 아동기에 모국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전문적인 지원을 한다. 핀란드어의 어려운 자음과 모음의 발음에 장애가 있다고 판단되면 즉각적으로 전문가를 투입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렇게 시작되는 모국어 교육은 기초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모국어 교육 못지않게 핀란드는 외국어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기본적으로 3개 외국어를 학습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2개의 외국어는 공통 필수과목이고 1개 이상의 외국어는 선택 영역에 속한다. 2000년 이후에는 영어를 선택하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2013년 기준으로 학생들이 선택하는 외국어는 영어 90.3%, 스웨덴어 1%, 핀란드어 5.3%, 프랑스어와 독일어가 각각 1.2%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은 미미하다. 제1외국어에 핀란드어가 포함돼 있는 이유는 핀란드에서 스웨덴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약 5% 정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학교 3학년과 7학년 교육과정에는 외국어를 필수로 하고 있다. 3학년 때는 제1외국어로 원하는 언어를 선택하고, 7학년(한국 중학교 과정)에는 핀란드어나 스웨덴어 중의 하나를 배워야 한다. 핀란드어가 모국어인 학생은 스웨덴어, 스웨덴어가 모국어인 학생은 핀란드어를 필수로 배워야 한다.

선택영역으로 이 외에 다른 언어를 선택해 제3외국어로 배울 수 있다. 보통 기초학교 5학년 때부터 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에서 이 시기에 제3외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26.6%이다. 그럼에도 핀란드 교육청은 제3외국어를 학습하는 학생의 수가 2000년 35.1%에 비해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초학교 3학년부터 필수공통과목으로 배치되어 있는 외국어 학습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교육과정에서는 기초학교 3학년 이전에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 2000년 이전에 1학년부터 외국어를 학습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2010년 이후부터 기초학교 1학년에서 외국어 학습을 시작하는 학생의 비율이 7%에 육박하고 있다. 국제적인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부모와 함께 외국 생활을 경험한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생겨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핀란드는 공교육만으로 외국어 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외국어 교육을 시키지도 않는다. 이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도 언제 외국어 학습을 시작해 어떠한 방법의 공교육으로 만족스러운 외국어 능력을 학생들에게 키워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정도상 핀란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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