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무차별적 자료제출 요구에 일선 학교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감사원은 각 시·도교육청을 통해 전국 유·초·중등학교에 ‘2012~2014 학교회계 사적(임의)단체 회비 등 지출내역’을 요구하는 공문을 하달했다. 제목만 봐서는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학교회계예산지침과 맞지 않는 포괄적 내용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이 공문 작성요령은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교직원이 사적으로 가입하는 임의단체의 연회비, 반기별 회비 등 경비를 학교회계로 지급한 내역 전체를 제출토록 했다.
현행 학교회계예산집행지침의 일반업무추진비, 기관운영업무추진비 세부지침에 따르면 각종 교장(교감, 교사, 행정실장 등)협의회, 교육연구회, 장학협의회, 기관장협의회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의단체의 연회비 등을 지출할 수 없긴 하다. 그러나 단서에서 모임의 구체적 일시, 장소, 참석대상, 목적, 1인당 소요액이 결정돼 통지된 경우 학교 교육이나 학교운영 목적 등 현장실정을 고려한 실비 성격의 경비 지출은 가능토록 했다.
그럼에도 감사원이 단서 내용에 해당하는 것까지 요구, 마치 부정행위를 한 것처럼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감사원은 회비뿐 아니라 연수비 지출내역도 요구하면서, 작성 예시에 교육지원청 주최의 각종 협의회까지 포함시켰다. 교육지원청 명의의 공문을 통해 참석 요청을 받아 지역 교육현안을 논하는 교육적 활동까지 사적단체 모임으로 간주한 것이다.
게다가 첨부한 작성예시 자료에는 학교명, 지출결의일자, 결의건명, 지급금액, 거래처명(지급받은 자), 지급방법 등이 모두 실명 그대로 들어가 있어 교원의 인권과 교권이 심각히 침해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감사 중인 사안은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다만 작성예시에 개인정보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교육부에서는 다른 답변을 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사원 공문을 그대로 교육청에 전달한 것이고,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개인정보 등은 각 교육청에서 가공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포괄적 자료 제출과 관련해서는 "이번 감사는 제도 개선이 목적이지 개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나친 확대해석은 말아달라"고 설명했다.
교총은 이런 혼란이 빚어진 것과 관련, 감사원과 교육당국에 강력 항의했다. 교총은 "학교회계 예산집행지침에 근거해 정당하게 집행한 내역에 대한 무분별한 자료 요구로 학교현장에 혼란이 야기되고 개인정보가 심대히 침해됐다"며 "학교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본연의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