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폭 담임가산점 생색내려다가 혼란만

2015.08.17 11:23:23

교사들 "다 받는데 필요 있나
부장 기피 등 문제만 커질 것"
3년 전 '담임 선진화 방안' 재탕
부실 발표에 담당자도 '당혹'

정부가 7일 초등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담임교사 승진가산점 신설 방안을 내놨지만 일선 교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초등교사 대다수가 담임을 맡고 있어 별 효용이 없는데다 일부 비담임교사 등에 대한 차별 논란만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다.

경기 A초 교사는 "초등학교에서 담임을 맡지 않는 교사는 일부 고경력 교사나 기간제교사 등 아주 소수 밖에 없다"며 "승진은 점수 순서대로 하는데 거의 전체에 똑같이 가산점을 주면서 혜택이라고 하는 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서울 B초 교사는 "담임이나 부장이나 수고스럽긴 마찬가진데, 담임만 가산점을 주면 누가 부장을 하려 하겠느냐"며 "가산점을 둘러싼 갈등만 커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기존 학교폭력 유공교원 가산점 제도와의 중복문제도 지적된다.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학교교원 40%(±10%) 범위 내에서 대상자의 80%를 반드시 담임교사와 생활지도교사로 해 연간 0.1점씩 최대 2점까지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교총은 "담임교사 사기진작 취지는 이해하나 현행 학교폭력 유공교원 가산점제도도 모호한 선정기준으로 부작용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중복되는 가산점 신설로 또 다른 혼란이 발생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부실한 정책 검증 정황도 포착됐다. 소수점 몇 자리에서 교감승진 여부가 갈리는 교직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연 0.1점, 최대 1점의 가산점 신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담당부서의 제대로 된 검토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2년에도 '담임교사 운영제도 선진화 방안'에 담임교사 사기진작 방안으로 연 0.1점, 총합계 2점 한도의 가산점 신설을 내놓은 바 있어 재탕 비판도 나온다.

이번 대책 발표에 참여한 한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학폭 가산점 대상자 비율과 점수한도를 낮추는 대신 담임가산점을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자세한 내용은 담당부서에 문의 바란다"며 공을 넘겼고, 담당부서 관계자는 "발표 전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산점 신설을 추진한다는 계획만 있을 뿐 세부사항은 이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당혹스러워 했다.

교총은 "승진가산점 부여 등 손쉬운 방법으로 담임교사의 사기를 진작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12년째 동결되고 있는 담임교사수당 인상, 안식년 기회 부여 등 실질적인 담임교사 사기진작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강중민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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