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교육을 말한다> ‘교직 전문직화’ 바로 세워야

2015.08.25 15:46:01

전세계 대부분의 근현대 학교는 19세기에서 20세기 초 산업화에 필요한 산업인력을 길러내기 위해 설계된 ‘공장식’ 학교다. 대량교육, 집단교육, 분업조립 교육, 동시성 획일 표준화 교육을 위한 학교였다.

획일적 ‘공장식 교육’ 이젠 바꿀 때

우리나라 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때 초등교는 100명이 넘는 ‘콩나물 교실’에 4부제까지 하는 대량교육을 한 적이 있다. 학급당 인원이 예전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학생,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급과 학년 집단을 가르치고 있다. 삶과 인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국어·영어·수학 교과목 등으로 쪼개어 가르쳤다가 아이들 스스로 이들을 모두 조립해 자동차가 생산되듯이 ‘전인(全人)’이 될 것이라는 가설과 기대로 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공장식 교육은 그런대로 우리 실정에 맞았던지 ‘한강의 기적’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공장모델은 21세기 교육에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 빌 게이츠도 미국 고교는 고쳐 쓰기에는 너무 낡아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고쳐야 한다면서 ‘미래의 학교’를 만들고 있다. 이외 많은 사람들도 고쳐 쓰는(reform) 교육체제가 아니라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21세기형 교육체제’로 바꿔야(transform)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이제는 양(量)이 아니라 ‘질(質)의 교육’, 지식암기 교육이 아니라 ‘사람교육’을 통해 비판력과 문제해결력, 경쟁보다는 협력, 지식정보 의사소통력, 창의력, 글로벌 문화이해 역량을 길러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그런 체제변화를 이루려면 우선 교사가 ‘공장 직공’으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교육 전문가’로서 학생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도록 변화해야한다. 그것이 바로 ‘교직의 전문직화’다. 윌리엄 글래서라는 의사는 교직이 의사보다도 더 어려운 직업이라고 했다. 교직이 의사 이상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교사교육훈련을 받고 연수, 연구해야 한다.

핀란드는 30여 년 전, 그런 교사양성교육의 변화를 통해 지금은 의사나 판검사보다도 더 교사되기가 힘들고 국민과 정부로부터 전문가로서 신뢰와 존중, 자율성을 인정받고 있다. 교사들은 팀으로 협력하고 연구해 맡은 학생을 책임지고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핀란드 교사의 대명사는 신뢰(trust), 존중(respect), 자율(autonomy), 책임(responsibility), 협력(collaboration), 연구(research)로 세계제일의 교육을 하고 있다.

교사 전문성 지원 정책 필요

이 세기적인 대 변혁기에 우리 정부와 국민, 그리고 교직단체는 결단을 내려야한다. 교직을 지금처럼 ‘철밥통’으로 몰아가 산업사회 저질 기계부품 정도로 써먹고 버리는 정책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좀 부족하더라도 전문직으로 고급 인력화해 21세기형 질 높은 교육을 해서 한강의 기적을 넘어 ‘선진국 기적’으로 도약할 것인가 결단해야한다.

정부는 학교평가, 교사평가, 성과급, 기간제교사 같은 전문직에 역행하는 정책을 빨리 버리고, 국민과 학부모는 교사에 대한 갑(甲)질 태도를 바꿔야 한다. 교사는 우수한 능력을 발휘해 국민과 정부의 신뢰를 받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핀란드처럼 교직 전문직화는 30년이면 충분하다. 그리하여 광복 100주년이 될 2045년에는 학생·학부모 모두가 행복하고, 전 세계의 부러움을 받는 대한민국 교육이 바로 서리라.
주삼환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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