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정책으로 예산 낭비, 학교 환경은 갈수록 악화돼
“교육의 질 높이기 위해서는 선거 제도 개혁 꼭 필요해”
새누리당 교육감 선거제도 개혁 TF가 진행하는 전국 순회 토론회가 서울 송파·강동 지역에서 열렸다. 박인숙(송파 갑)·신동우(강동 갑)·이재영(강동 을) 국회의원은 25일 강동구민회관에서 ‘교육감선거,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제 발표자로 나서 ‘현행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에 대해 짚었다. 정 교수는 지난해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최연소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 현실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면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부모가 자녀의 진로·진학에 관심을 갖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 이상 대학 입시에 성공하기 어려운 게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으로, 이른 바 로또 교육감의 등장과 지역사회 분열, 정책의 대립 등을 꼽았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교육감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초·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교사, 교육 관료를 제외하고는 누가 교육감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지조차 모르는 유권자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략과 정책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로또 교육감이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 교수는 “교육 분야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관장하는 사무의 일부인 만큼 교육감과 정책, 이념이 충돌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건 ‘교육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교육이 당파적 이해나 행정적인 편의에 의해 흔들리지 않도록 독립성을 부여하자는 의미다. 또 지역 실정에 적합하고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시·도 단위로 실시하도록 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토론에서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수요자이며 주체인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교육 정책을 입안하는 대표자를 직접 선출한다는 의미를 가진다”면서도 “후보자가 난립하고 개인이 막대한 선거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점,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의 이념 차이에 따른 갈등이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현행 선거 제도를 폐지하거나 보완하는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면밀한 검토를 거쳐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비판하는 일각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정당 추천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권과 무관한 선거라는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며 지난해 진보진영의 서울시교육감 단일 후보 경선을 둘러싼 의혹을 언급했다. 당시 경선에 참여한 한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되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후보직을 사퇴했다. 특정 정당이 조직적으로 시민선거인단을 동원해 특정 후보를 밀어줬다는 것이다.
교총을 비롯한 교육계가 직선제 도입을 찬성하던 입장을 선회한 점에 대해서도 “교육자치를 구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정치 선거’로 변질된 점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반성과 함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총은 2010년부터 ‘교육감 직선제는 헌법 제31조 4항에 규정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정신에 어긋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이 같은 내용으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서울시교육청 예산 편성 현황을 제시하며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한 예산 낭비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예산 편성 현황에 따르면, 직선제 도입 이전인 2008년 교육복지 지원 예산은 2088억 원, 도입 후 2015년에는 6575억 원으로 집계돼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식비도 567억 원에서 3141억 원으로 약 4.5배나 늘었다. 반면 교육 여건 개선 시설비는 6166억 원에서 3544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이 상임대표는 “한정된 교육 예산에서 혁신학교 지원비 등 복지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면서 시설 개선비와 직업 교육비 등을 줄이다보니 재정난으로 허덕이는 학교가 적지 않다”면서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게 만드는 직선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