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왜 저만 미워하세요?

2005.10.22 14:02:00

아침에 출근을 하니 책상 위에 편지 한 통이 놓여있었다. 발신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편지 봉투를 집어들었다. 그런데 편지 봉투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편지를 쓴 학생이 누구인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할 수없이 편지 봉투를 뜯어보기로 하였다.

확인 결과, 발신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우리 반 한 여학생이었다. 그리고 편지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 대한 불만을 편지지 2장 분량으로 가득 채웠다. 이 여학생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평소에 말없이 학교 생활을 잘해 왔다는 점이다. 성적 또한 상위권에 있어 조금도 나무랄 데가 없는 모범생이기도 했다.

이 여학생의 가장 큰불만은 편애(偏愛)였다. 편지에서 우리 반의 누군가를 지칭하며 본인이 편애 당한 사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였다. 물론 표현 중에는 떠오르지 않는 사실도 있었고, 희미하게 나마 기억이 나는 사실도 있었다.

이 여학생의 편지를 읽고 난 뒤, 그 아이가 편지에서 지적한 내용 하나 하나를 떠올려 보았다. 그때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나의 행동은 어떤 아이를 편애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여학생의 입장에서는 나의 행동이 학생들을 편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교단에 선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학생들로부터 편애(偏愛)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이 학생의 편지는 나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한편으로는 나의 대수롭지 않은 행동으로 이 아이가 얼마나 가슴앓이를 해 왔을까 하는 생각에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상담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설사 상담을 했다 할지라도 그 내용은 대학 입시와 내신성적에 관한 것뿐이었다. 진정 이루어져야 할 상담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벽이 더 두터워졌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행동 하나 하나를 늘 주시하며 생활한다. 선생님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 아이들은 감정이 상하고 마음 아파한다. 선생님의 지나친 언어폭력으로 아이들은 씻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끼며 심지어는 좌절하기까지 한다.

아무튼 이 여학생의 편지 한 통으로 인해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입시에 아이들은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정신적, 육체적 모두 지쳐있는 상태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신경을 자극하는 말을 삼가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 한 것은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격려가 아닐까.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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