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값과 돼지고기 값이 전세계에서 최고 비싼 나라가 우리나라다. 내가 조사한 것이 아니고 방송뉴스에서 발표한 것이니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전세계에서 최고로 비싸다고 하니 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최상품 대접을 받는가 싶기도 하고 뭐가 잘못 되어서 시장원리에 왕따를 당한 산물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최고로 비싸다고 하니까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맛도 또한 최고일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래도 국산고기에 최고의 대접을 하는 우리 스스로 경의를 표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저녁에는 고기와는 상관없는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 그러고 보니 오늟의 누룽지는 쌀 괴롭히기 마지막 장을 장식한 셈이다. 쌀 괴롭히기는 아침부터 시작된다. 아침에 그리 많지 않은 쌀을 떠서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소비가 되지 않는다. 식구가 모두가 아주 조금 먹거나 안먹거나 해서 밥이 남는다. 그대로 보온밥속에서 저녁까지 보관된다.
쌀은 전기 고문을 당하며 저녁까지 참았지만 저녁이 지나도 밥으로 계속 남는다. 할 수 없이 밥솥 코드를 뺀다. 쌀은 찬밥덩이로 남아 어느새 찬밥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린다.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골처럼 돼지나 강아지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쌀을 버리면 죄 받는 다더라. 할 수 없이 커다란 후라이펜을 꺼낸다, 그 후라이판에 물을 약간 붓고 밥덩이를 얇게 펴서 미지근한 불로 데우면 약 3-4시간의 시련 끝에 누룽지 모양이 된다.
그정도 괴롭혔으면 됐지, 오늘 저녁에 그 누룽지를 또 괴롭혔다. 팔팔 끓는 물에 그렇게 만들어진 누룽지를 넣고 또 한참을 끓였다. 쌀 괴롭히는 냄새는 고소하기도 하지만, 도대체 몇번을 괴롭히는 것인가? 그렇게 괴롭힘을 당한 쌀이 정녕 내몸을 위해 보약이 되어 줄 것 같지가 않다.
솥에 밥을 지어서 뜨끈뜨끈한 쌀밥을 푹푹 퍼 먹고 누룽지까지 박박 긁어서 먹으며 가족 모두가 행복했던 옛시절도 있었다. 식당에 가서 봐도 공기밥을 시켜 먹는 사람도 드물지만 시키더라도 절반 정도 먹고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소갈비, 돼지갈비를 배불리 먹고 난 후 입가심 격으로 밥을 먹는 경우도 있다. 쌀은 민족의 혼이 담긴 전래의 곡식이지만 우리집부터 시작해서 전국적으로 찬밥대접을 받는 것이 우리나라 쌀이 되어버렸다.
지난해부터 FTA 협상이니 뭐니 시끄럽기도 하지만 우선 우리쌀을 좀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래서 국산쌀이 세계에서 최고로 비싸다는 말을 들어보면 좋겠는데, 우리 가족에게 먼저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