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에 점수가 없어도

2007.02.27 23:16:00

2006학년도에는 3학년 어린이들을 가르쳤다. 내가 가르친 26명의 어린이들에게 설문지를 받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권유를 받은 일도 없지만 스스로 학년을 마칠 때마다 하는 일이기도하다. 하지만 설문지를 확인하기까지는 내용이 궁금하고, 혹 부정적이거나 원망하는 아이들이 많으면 어쩌나 긴장도 된다. 점수가 나오는 것이 아닌데도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다.

자기의 의견을 솔직하게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은 꼼꼼히 설명을 해줘도 엉뚱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몇 명은 있기 마련이다. 또한 설문의 본뜻보다는 자신의 이해득실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들이 주관적으로 평가한 것이기에 정확할 수도 없다.

그래도 해마다 실시하는데 이유가 있다. 요즘 아이들 영리해서 1년 동안 같이 생활하다보면 돌아가는 분위기는 파악하게 되어있다. 사실 설문지라기보다는 1년을 뒤돌아보며 내 자신을 반성하고, 다음 학년도에 만날 아이들에게 더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만들어주기 위해 꼭 필요한 참고자료다.

반에 대한 느낌, 학급운영에 대한 생각, 선생님과의 친밀감, 편애에 대한 생각, 표정에 대한 느낌, 수업이해도 조사가 주목적이었다. 그밖에 수업시간의 분위기, 목소리의 크기, 말의 빠르기, 평소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나, 선생님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인가 등도 조사했다.

*우리 반에 대한 느낌은 어떠했나?
아주 좋았다-4, 좋았다-9, 그저 그랬다-10, 별로 안 좋았다-2, 무응답-1
*선생님의 학급 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불만이다-1, 괜찮았다-19, 그저 그랬다-3, 기타-1, 무응답-2
*고민을 말할 수 있을 만큼 선생님이 친하게 느껴졌나?
그렇다-6, 아니다-2, 잘 모르겠다-16, 무응답-2
*선생님이 몇 아이를 편애한다고 느껴지나?
그렇다-4, 아니다-10, 모르겠다-6, 무응답-6
*선생님의 표정에 대한 느낌은?
딱딱하다-2, 재미있다-14, 부드럽다-6, 기타-2, 무응답-2
*수업할 때 이해가 잘되나?
잘 된다-15, 잘 안된다-2, 그저 그렇다-9

이번에 우리 반 어린이들이 설문에 응한 결과다. 교사와 학생사이의 설문결과는 대부분 좋은 쪽이 많게 되어 있다. 좋은 쪽으로 답하는 게 1년 동안 가르쳐준 선생님에게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이도 많고, 선생님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속 깊은 어린이도 있다. 그런 것을 감안한 자신만의 성적표로 지난 1년을 뒤돌아본다.

그래서 ‘좋은 쪽으로 답한 아이들이 몇 명이냐? 나는 편애를 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왜 그렇게 생각할까?’는 중요하지 않다. 대신 잘못했다거나 부정적으로 답한 아이들의 숫자에는 예민하다. 담임을 부정하는 아이가 단 한명이더라도 그 아이의 입장이 되어 본다. 얼마나 원망을 하고 가슴이 답답했을까? 더 일찍 알아내 대화로 응어리를 풀어내지 못한 것을 후회도 한다.

며칠 후면 또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한다. 그 아이들에게는 똑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아이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며 친밀하고 재미있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사가 되어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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