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의 자세

2007.03.04 09:05:00

개학 이후 3일이 되어도 날씨는 계속 좋지 않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화창한 날씨 속에 출발을 산뜻하게 하기에는 부족한 날씨입니다. 출발을 배가해주는 날씨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러하지 못합니다.

인생살이도 그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배불러 음식을 먹기가 싫을 때가 되면 더 맛있는 음식을 계속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인생의 7,80%가 내 뜻과 상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하지만 그래도 만족하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떠한 환경에 처하든지 잘 적응하고 만족하고 잘 헤쳐 나가고 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아침입니다. 요즘 선생님들은 너무 바쁩니다. 학급관리에도 바쁩니다. 청소지도에도 바쁩니다. 교문지도, 교통지도에도 바쁩니다. 교재연구하기에도 바쁩니다.. 수업하기도 바쁩니다. 그렇지만 선생님들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저도 역시 바쁩니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입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그래도 힘이 솟습니다. 더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더욱 자세를 가다듬습니다.

중학생들은 고등학생들과 다름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인사를 너무 잘합니다. 너무 착합니다. 너무 순수합니다. 너무 깨끗합니다. 그들이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저는 더 젊어집니다. 더 웃음이 나옵니다. 더 기쁨이 나옵니다. 더 고개가 숙여집니다. 벌써 그들 속의 눈높이에 빠져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빠져 들어갑니다.

선생님들도 너무 착합니다. 너무 순수합니다. 너무 예절이 바릅니다. 어제 오후 현관에 서서 학교 운동장을 바라보면서 학생들이 하교하지 않고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때 퇴근하시는 선생님들께서는 너무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갑니다. 미안할 정도로 인사를 잘 하십니다. 학생들이 순수하고 때 묻지 않고 착하니 선생님도 함께 동화되어 그렇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첫날 부장선생님들과 함께 첫 인사를 나누면서 저는 여러 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중에 교장의 자세에 대해 한 가지 예를 들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 시어머니가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며느리에 대해서 못마땅해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하는 일이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알게 모르게 구박을 많이 하셨습니다. 잔소리도 많이 하셨습니다. 며느리에게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어머니께서 며느리가 임신을 하고 나서는 태도가 180도로 달라졌습니다.
손자, 손녀를 보게 된다는 기쁨에 그 때부터 너무 잘해줍니다. 음식을 좋은 것만 먹도록 권합니다. 일도 하지 못하게 합니다. 무엇이든 도와주려고 합니다. 말도 상냥하게 합니다. 조금도 마음에 상처를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손자, 손녀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저가 임신한 며느리는 대하는 시어머니의 태도와 같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선생님들에게 약 1,200명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이들을 품고 옥동자를 기대하듯이 훌륭한 학생들을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교장이 어떠해야 합니까? 선생님들에게 최대한 배려해주고 도와주고 부담주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하고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여건 조성해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한 자세가 저의 자세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마음을 끝까지 변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렇게 부장선생님과의 첫 시간에 드린 말씀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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