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자와 느린 자

2007.03.12 21:23:00

오늘 퇴근길도 출근길과 같이 세 가지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친 가운데 힘없이 운전을 하며 퇴근을 하는데 처음으로 저를 맞이해 주는 것은 바로 석양이었습니다. 아침의 찬란한 아름다운 햇살처럼 오후의 햇살도 아름답기 그지없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어두운 얼굴을 밝게 해주었습니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었습니다. 하루의 피곤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언제나 그러하리라는 생각에 기쁨이 더합니다. 위로가 됩니다. 용기를 얻습니다. 자꾸만 우울해지려고 하는 마음을 달래줍니다. 좌절하고픈 마음에 용기를 심어줍니다. 구름이 역시 햇살을 가려도 구름너머에서 한결같이 빛을 발하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훨씬 좋습니다. 피곤하고 곤비하기 짝이 없는 저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역할을 해줄 것 같아 다행입니다.

다음은 역시 이륙하는 비행기의 아름다움을 또 보게 되었습니다. 푸른 신호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데 저 앞에서 비행기가 저만치 상공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광경 속에서 우리 학생들의 꿈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언제나 이륙하는 비행기를 바라보면서 꿈과 비전을 펼칠 수 있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에는 공항 옆에는 사람 살만 한 곳이 못 된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다릅니다. 학생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려면, 큰 사람, 큰 인물을 만들려면, 세계적인 인물을 만들려면 자주 비행기의 이륙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사는 곳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는데 그 아래에는 비행기의 이륙에 화답이라도 하듯 다섯 마리의 두 날개 가진 새들이 날고 있었습니다. 크기만 작지 나는 형태는 똑같았습니다. 이들은 흡사 닮은꼴이었습니다. 우리학교가 울산여고와 흡사 닮은꼴이라는 것은 처음 학교를 방문했을 때부터 알 수 있었습니다. 울산여고 학생들의 꿈과 비전과 우리 학생들의 꿈과 비전이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음을 함께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출근길에는 동대산이 저를 인자한 어머니처럼 포근하게 감싸주었는데 퇴근할 때는 문수산이 저를 침묵으로 인도했습니다. 석양을 받은 문수산은 무게가 있었습니다. 침묵하는 모습이 저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습니다. 석양도 뒤로 한 채 하루를 되돌아보는 듯했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되돌아보면서 자신을 반성하는 듯했습니다.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잘못을 뉘우치는 듯했습니다. 더욱 자신을 다듬질하는 듯했습니다. 그러하기에 문수산이 정이 갔습니다.

평소에는 문수산을 자주 보지만 이러한 느낌을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저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바로 바라다 보이는 산이 문수산이지만 그런 느낌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퇴근길에 주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우리학교 홈페이지를 담당하시는 선생님과 대화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신 선생님에게 학교 홈페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사람들마다 우리학교에 관심이 많으신 분은 제일 먼저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오게 되는데 정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느냐? 10년 전 전공도 아니면서 초창기 교육정보화과에 근무했다는 사람이 자기 학교의 홈페이지 하나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구나,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말할 것 아니겠느냐? 교직원 소개란에 선생님들의 사진이 몇 개 빠져 있다든지 글자의 오타가 있다든지 미흡한 점이 보이면 많은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면서  우리학교 홈페이지가 우리학교의 얼굴인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학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학교 홈페이지 정비 아니겠느냐?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저의 말에 공감을 하시고 지난 금요일 밤 늦게까지 남아서 깨끗하게 마무리하셨습니다. 비록 학교 홈페이지를 우리학교 선생님께서 직접 만드신 것이라 용역을 주어 전문가가 만든 타학교의 홈페이지에 비하면 보잘것 없지만 그래도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정비하신 선생님이 고맙기도 합니다. 신 선생님의 신속함, 열성, 순수한 마음, 즉각적인 순종 등이 너무 아름답고 좋았습니다. 선생님의 얼굴만큼이나 예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수고하셨다고 말씀을 드렸고 마음속으로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요즘 시대는 빠른 자와 느린 자로 구분되는 시대에 우리 학생들을 빠른 자로 자라기 위해 컴퓨터 활용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적어도 1학년은 워드 3급 자격증을, 2학년은 워드 2급 자격증을 , 3학년은 1급 워드 자격증을 많이 딸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시간에 워드, 엑셀, 파워포인드 등을 가르친다고 하기에 한글 워드 프로그램이 무엇이 깔려있느냐고 하니 ‘97 한글?’이라고 하더군요. 가장 최신 한글로 당장 바꾸어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가장 앞서가야 할 학생들에게 97 한글판을 가르치다니 말이나 됩니까? 그렇게 말씀 드렸더니 수긍을 하면서 그렇게 하려고 하더군요.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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