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파견 1년 반 만에 교사에서 연구관으로 두 단계 특별 승진이 추진되고 있다고 해서 화제다.
정말 이 나라에 원칙과 상식이 있는지 묻고 싶다. 외부의 많은 불만과 낮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의 건강성은 ‘원칙과 상식’아닌가. 그러나 최근 이와 같은 뉴스를 접하면서 다른 정권과 차별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권 출범 초기에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개천의 용’이라는 꿈과 희망을 주기도 하였지만 정책방향의 아마추어리즘과 포퓔리즘에 매몰되어 임기 내내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땅의 교원을 저항세력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교원개혁에만 올인하지 않았는가. 그러던 정부에서 희한한 일을 기획하고 있다니 지금까지의 개혁 논의의 진정성 등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다.
우리나라 역대 정권의 행적을 살펴보면 정권 말기에는 제 사람 챙겨주기가 아주 역력했다. 아마도 노무현 정부도 여느 정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제 사람 챙기기’의 공식대로 새로운 계책을 기획하고 있는 모양이다. 청와대 파견 근무 1년 반 만에 두 단계 특진의 당사자가 ‘김모 교사’라고 한다. 수혜의 당사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너무나 기뻐하여 표정 관리가 어려울까. 아니면, 학교 현장의 많은 선배, 동료 후배를 떠올리며 미안해할까.
사실 경찰이나 군인 등이 특별한 공을 세우고 특진을 한 경우는 내일처럼 나도 기뻐했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몸을 아끼지 않은 분들의 노고에 그것도 모자라다는 생각도 했다. 특진에도 상식과 원칙에 맞아야 한다.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 살인마 유영철을 검거한 경찰관을 특진시킬 때 우리 국민은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한 경찰관에 대한 국민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얘기되고 있는 교육부 특진에는 생각이 다르다. 노무현 정권 내내 교육계는 갈등과 혼란이 계속되면서 아직까지도 무엇 하나 명확하게 해결된 것이 없다. 청와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한 개혁적 내용들이 학교 현장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한 채 반발을 가져 왔던 것으로 보아 ‘특별한 공헌이나 업적’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지난 번 교원승진규정 개정과 관련하여 많은 반대 의견들이 있었지만, 교원을 점수의 노예로 만들어 놓지 않았는가. ‘10년 근평’이라는 재갈을 유독 교원에게만 물려 놓고 말았다. ‘승진’은 사실 누구에게나 첨예한 관심사다. 소수점 셋째 자리 점수가 모자라 고배를 마시는 사람이 해마다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파견 교사를 1년 반만에 교사에서 교장급 연구관으로, 그것도 두 단계나 끌어 올리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첫째, 상식적으로 판단했을 때 옳지 않다. 사실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연구사나 장학사가 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남보다 열심히 근무해야 함은 물론이고 상응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시험에 합격한 후 최소한 2~3년 정도 장학사나 연구사로 근무해야 교감 자격을 얻게 되고 교감 자격 취득 이후 또 2~3년이 지나야 연구관(장학관)이 될 수 있다. 이런 현장의 실태와 비교해 볼 때 두 단계 승진은 ‘파격적인 특혜’에 불과하다. 이는 형평성을 뛰어넘는 것으로 보통의 상식과 원칙을 내팽개친 것이다.
상식과 원칙은 모든 사람의 공감을 통해서 얻어진 것 아닌가. 적어도 그런 정도의 배려를 생각했다면 보다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 처음부터 ‘파견교사’로 불러들일 것이 아니라, 시험을 보게 하거나 아니면 특별 채용의 방식을 통해서 ‘연구사’ 신분 정도로 영입했어야 했다.
둘째, 교원 승진규정에 의하면 어디에도 청와대 파견교사를 승진시킨다는 규정은 없다. 파견교사가 어디 청와대에만 있는가.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은 물론이고, 학생교육원 등의 수련기관에는 많은 파견교사가 있다. 만약 이들이 일정한 기간을 근무하고 승진을 요구한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현행 파견교사에 대한 보상은 가산점 등의 혜택을 주고 있지 않은가. 이는 초법적인 행위로 노무현 정권의 색깔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 어떤 근거도 없다. 위인설관(爲人設官)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또한 최근에 시행되고 있는 교장공모제 관련 내용에도 이와 같은 것은 없다. 다만, 그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마인드가 학교 현장의 교육을 활성화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다면 교장공모제 등을 통하여 교육 관료로 발탁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단위 학교의 운영위원이나 주민들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이지 교육부나 청와대가 나서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당사자가 대통령을 도와서 교육정책 자문에 나름대로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거기에 따른 적절한 보상 차원으로서 두 단계 승진을 기획하고 있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그 동안 민주화운동을 통해서 추구해 온 것이 무엇인가. 바로 상식과 원칙이 강물처럼 넘쳐나는 아름다운 사회, 정의로운 사회였다. 다시 한번 원칙과 상식에 맞는지 묻고 싶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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