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배부른 투쟁’을 보며
며칠 전 지방지에 실린 신문 기사 제목이다. 지방의 전교조 대표들이 교육감을 찾아와서 ‘방학 중 당직성 근무’ 폐지를 요구한 것에 대한 기자의 곱지 않은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 기사이다.
교원의 방학 중 당직 근무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와 매우 관련이 깊다. 즉 ‘교원은 수업에 지장이 없는 한 소속기관 장의 승인을 얻어 연수기관 또는 근무 장소 이외의 시설에서 연수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연수 이외에는 사실상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해마다 방학이 다가오면 어떤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방학생활을 알차게 지원해 줄 것인가보다는 방학중 근무와 관련하여 교원단체와 교육당국은 한 차례씩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학부모단체나 일반 시민들의 교원과 교육기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전국의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교원단체와의 교섭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뜨거운 감자인 것 같다. 오마이뉴스 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특별보충수업을 하는 교사 외에는 방학중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새학기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런 논의가 있을 때마다 국민과 일반 직장인들로부터 근무도 하지 않으면서 많은 보수만을 챙기려고 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교적 진보적 시각으로 교육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참교육학부모회조차도 이 문제에는 단호하게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미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미국과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학교는 지역사회의 문화와 스포츠 센터로서 중심역할을 하고 있어서 많은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찾아오는 공간이고, 일반 가정보다 잘 갖춰진 도서관과 IT실이 있어서 방학 중에도 학생들이 찾아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방학중이라도 하더라도 ‘교원이 없는 학교’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공교육과 교원들에 대한 불신이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설사 주장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공감을 얻기가 어려운 것 아닌가. 또한 교육당국에서는 방학 중에도 여전해 해결해야 할 일들을 공문으로 내려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때마다 누군가가 학교에 나와서 처리해야만 한다.
학생은 쉬지만 교육행정은 쉬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장, 교감이 알아서 처리해라는 식의 논리는 너무나 이기적이고 지도 감독의 임무를 띠고 있는 분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또한 행정실에 맡기는 식의 논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본다.
지방지 모 기자의 ‘교사들의 배부른 투쟁’이란 기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비춰지는 교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정말 학교 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학생지도에 열정을 바치고 있는 교사들이 여전히 많은데도 행여 교사 모두가 ‘배부른 투쟁’이나 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면 어떨까.
나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아직도 몇 가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내용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첫째는 교육수요자나 일반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방학 중에도 학생이 학교를 찾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교원이 학교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교는 지역사회의 문화, 스포츠 센터로서 사회적 의존도가 높은 기관이다. 그런데 거기에 교원이 없다고 생각해 보라. 시민들은 우선 당장의 불편함을 호소할 길이 없으며 더구나 걱정스러운 것은 ‘무노동 유보수’의 특혜집단으로 매도되어 부정적 여론 형성을 통한 ‘교원지위 위축’의 구실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기업의 경영 목표가 ‘고객만족도 제고’이다. 그런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누구보다도 도덕적이고 정당한 삶을 살아야 할 교원집단이 법을 어기는 집단으로 지목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방학중 당직 근무의 법적 근거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이다. 다시 말하면 법에 의해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일반 국민의 정서이다. 그런데도 해마다 방학 때만 되면 이 문제로 갈등을 일으킨다면 누가 고운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 사실 시골 소규모학교의 경우는 교원수가 적어 방학의 상당 기간을 근무로 보내야 하는 현실적 고통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논의되고 있는 것은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전학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문제가 되면 법을 고치는 것에서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소규모학교의 현실을 감안한 효과적인 지원책도 고려하여야 한다. 대통령의 인식대로 ‘그놈의 법’ 정도로 생각하고 무슨 일을 하려고 해서는 국민적 공감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일정 학급 미만의 소규모학교에는 특별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마련해 보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농어촌 소규모학교 교원에 대한 별도의 수당지급 논의도 근거 있는 주장으로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수용하여야 한다.
셋째, 형평성의 문제이다. 행정실 중심의 일반직 공무원은 방학 중에도 계속 학교에 나오는데 교원들만 안 나온다면 전국공무원노조와의 또 다른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교장, 교감이 진적으로 책임지라는 식의 논리는 형평성의 관점에서 옳지 않다. 사실 교장 교감은 일반 교사들보다 더 많은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공동체의 한 일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여전히 일반 국민과 학부모는 이런 논의를 ‘교사들의 배부른 투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어쩌면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학생이 학교 존재의 유일한 근거임을 감안한다면 학생이 있는 곳에 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부모와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논의는 누구에게도 득이 될 수 없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학부모와 국민을 설득할 수 없는 한 이것은 언제라도 우리 교원에 독으로 돌아올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