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송년회 처음이예요"

2008.12.25 21:04:00


송년회 하면 떠오르는 것은? 일년 반성, 회포 나누기, 음주와 가무, 2차 또는 3차, 건배사 등등.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 참으로 희한한 송년회를 보았다. 송년회 장소는 서수원정보지식 도서관 2층 강당. 성금 기탁 참석자는 기본이 10만원이다. 수혜자 중 150명 정도가 모였다. 수혜자를 보니 대부분 생활이 어려운 노인 어르신이다. 이 자리에 모인 기탁자는 30명 정도인데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사회자가 기탁자 명단을 불러주는데 서둔동 관내 관공서, 교회, 성당, 병원, 학교, 아파트 부녀회 등을 비롯해 기관과 개인 기탁자들이 많다. 기관에서는 소속 공무원들이 성금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기탁액이 500만원, 300만원, 200만원, 100만원, 50만원, 30만원, 20만원도 있지만 10만원이 제일 많다.

얼마나 모았을까? 무려 2,400만원이다. 이 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되어 수혜자 240명 통장에 10만원씩 입금된다고 한다. 2006년엔 2100만원, 2007년엔 2300만원을 모았다. 이 행사 주관처는 서둔동주민자치위원회, 행사명은 '2008 사랑 나눔 송년회'

이런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은 수원에서 오직 서둔동 한 곳이란다. 그만치 이 지역이 어려운 곳이다. 아니다. 사랑이 풍만한 곳이다.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동네가 아니다. 자치위원장의 말씀에 의하면 올해가 14번째 행사라 하니 역사도 깊다. 한 해 평균 모금액을 2천만원으로 잡으니 2억원이 넘는다. 이 작은 동네에서 이렇게 큰 성금을 해마다 모아 사랑 나눔을 실천한 것이다. 대단한 지역이다.

1부 행사에 수원시장, 권선구청장, 서둔동장 등 기관장도 동참하여 수혜자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누군가 말했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다만 불편할 따름이라고. 이런 말도 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고. 그렇다면 이웃이 이들을 구제하고 따뜻한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2부 행사는 오찬이다. 식당에 들어가니 부녀회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어르신을 모시는 태도가 깍듯하다. 우리 학교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눈에 익은 학부모들이 눈에 띈다. 고마운 분들이다. 봉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에 나타나는 분들이다.

식탁 위 메뉴를 보니 검소한 식단이다. 여러 기관장들과 함께 떡 만두국을 김치와 함께 먹으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두 종류의 떡은 모 단체에서 보내온 것이라 한다. 후식으로 귤과 방울 토마토도 있다. 이만 하면 먹을 만하다. 어르신께 결례는 아니다.

서민들 먹고 살기가 어려울수록 이런 종류의 송년회가 필요하다. 10만원을 들고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다. '술 한 잔'은 없지만 '나눔 사랑'을 실천하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연말이다. '사랑 나눔'이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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