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까는’ 교장이라고요?

2009.01.19 12:48:00

얼마 전 동문 선배님들 교장 모임에서다. 교육장 시절 리포터와 인터뷰도 하고 칼럼도 쓰시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 주시는 친근한 선배 한 분이 필자를 소개한다. “아마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까는 교장입니다. 하하하. 글을 얼마나 날카롭게 쓰는지….”

소개한 분이 스스럼없기에 웃으며 인사를 드리면서 내면에선 내 자신의 부족함에 얼굴이 붉어진다. 리포터 활동 좀 한다고, 그 잘난 칼럼 조금 쓴다고 어깨에 힘 준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솔직히 속마음을 보여주신 그 선배님이 고마운 것이다.

리포터 활동을 하면서 글 소재의 대상을 찾을 때 가능하면 교육의 밝은 면, 긍정적인 면, 아름다운 것을 찾고자 애쓴다. 통계를 내보면 아마도 80-90%가 좋은 기사다. 그러나 좋은 기사만 쓸 수 없다. 10-20%는 비판적인 기사다. 칼럼에 비판이 빠지면 죽은 글이다. 교육의 문제점을 찾아 분석,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건설적인 일인가?

그러나 필자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긍정적인 기사는 별로 기억하지 못한다. 가끔 가다 쓰는 예리한 기사를 기억하고 필자의 인간성까지 자의적으로 판단한다. 글 쓰는 사람의 속마음을 독자들이 읽기는 어렵다. 글을 읽고 독자 나름대로 판단하는 것을 무어라 탓할 수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니까.

주제 넘은 이야기지만 칼럼을 쓰면서 권력(?)을 가진 사람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저항감이 있어야, 비판정신이 있어야 칼럼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남을 비판하는 것이다. 잘 한 것은 잘 한다 하고 못 한 것은 못 한다고 해야 한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할 수는 없다.

필자의 글쓰기에 관해 퇴직하신 분의 충고는 가슴에 와 닿는다. 정말 필자를 위해 진정으로 하신 말씀이다. 그 분은 “돌멩이 던지는 글의 수준은 낮은 것이다. 돌멩이는 누구나 던질 수 있다.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써라. 과연 교육자답다는 글을 써라. 글을 쓰면서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라. 아픈 사람을 어루만져 주어라. 아픈 상처를 감싸 안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쓴소리,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귀에 거슬리는 쓴소리를 고마워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권력자 주위에도 달콤한 말, 사탕발림 말을 하는 사람은 넘친다. 또 그런 말이 듣기에도 좋다. 권력자에게 쓴소리를 했다가는 자칫 내 자리가 위태롭다.

쓴소리, 당장은 듣기 싫다. 기분이 나쁘다. 그 소리를 한 상대방은 꼴조차 보기 싫다. 그러나 며칠 지나고 나면,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쓴소리가 맞다. 그 쓴소리는 나를 위해서 한 것이다.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쓴소리가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한다. 그 쓴소리가 눈과 귀가 어두운, 자아도취에 빠진 나를 정신 차리게 한다. 초심(初心)을 돌아보게 한다. 얼마나 고마운 쓴소리인가?

필자는 이런 생각도 해 본다. 권력 측근 10명 중 8-9명은 코드에 맞게 맞장구 치지만 1-2명 쓴소리 하는 사람을 둔다면 그 권력은 엉뚱한 길로 가지 않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다고. 권력자에게는 ‘쓴소리도 새겨들으면 쓸모가 있다’고 여기는 수용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학교장에게도 마찬가지다. 립 서비스를 하는 측근들만 있으면 아니 된다. 때론 교장에게 미움 받을 것을 각오하고 쓴소리를 해대는 선생님도 있어야 한다.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학교교육의 허점을 교장에게 알려줄 때 그 학교교육은 튼실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문제점을 알고 개선해 나갈 때 조직체는 건전해진다.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다. 쓴소리하는 사람이 외면, 냉대, 무시, 괄시받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사회에서 쓴소리가 청량제 구실을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사고의 유연성,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더 큰일을 하려면 초심 점검과 겸허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 외고집 탈피가 요구된다. 교장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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