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면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2009.02.09 08:51:00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학자이신 이이(李珥)선생님께서 42세 때에 지으신 격몽요결(擊蒙要訣) 서론의 첫머리에 이런 말이 나온다. “人生斯世(인생사세) 非學問(비학문)이면 無以爲人(무이위인)이라”는 말이다.

이 말의 뜻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학문을 하지 않으면 사람될 바가 없다”는 말이다. 즉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가르침을 받지 않고 배우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가 사람이 아니고 배워야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배우지 않으면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배우지 않고서 어찌 바른 사람이 될 수 있겠나?

배워야만이 사람이 될 수가 있다고 이이선생님은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배움을 거부하는 이들을 향해 하시는 말씀이다. 배움은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학문이 아주 특별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학문이 별거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학문은 별난 물건도 아니고 기인한 것도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는 가운데서 일에 따라 가각 당연한 것을 얻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씀이라 하겠다. 배움을 등한시하는 이들에게 경고하는 말씀이라 하겠다. ‘배우지 않으면 사람이라 할 수 없어, 사람이면 사람이야 사람다워야 사람이지’하면서 배움에 임하도록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배우지 않으면 사람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알고 배우도록 격몽요결의 책 첫머리 첫줄부터 배우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배우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니 아예 처음부터 배우기를 거절하기도 하고 배우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하고 나는 배울 수가 없다고 한다. 왜 그렇나 하면 배움에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어떤 고통이 따르나?

이이 선생님은 감나무의 접붙임에 비유하여 말씀하셨다. 감나무의 생재기(생가지)를 째서 접붙일 때처럼 고통이 따른다고 하셨다. 생가지에 상처를 내고 나뭇가지를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상처를 내니 얼마나 아프겠는가?

그 고통은 엄청날 것이다. 내 몸에 상처를 낸다고 생각해 보라. 그 아픔이 얼마나 심하겠는가? 보통 사람은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고통을 감내하고 접붙임을 받아야 감이 열리듯이 배우는 이들도 고통을 감내해서라도 배우고 익히면 선인들의 예지를 이어받아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배우기 싫어하는 이들은 아무리 배우는 것이 어렵고 힘들고 고통과 아픔이 뒤따른다 해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시는 이이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사람되기 위해 배워야 한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배워야 한다. 사람구실을 하기 위해 배워야 한다.

자꾸만 구실을 대면 안 된다. 학문은 높고 먼 것이니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학문은 가까운 데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10대 청소년들은 배움의 때에 배움을 기피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태어나서 배우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할 것 같다. 배우기 싫을 때 ‘나는 사람다운 사람이 아니야, 사람이 되기 위해 배워야 돼.’하고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감나무 씨를 심는다고 해서 감나무가 아니다. 감이 열려야 감나무가 된다. 그러기 위해 접붙여야 한다. 그렇듯이 사람이 태어났다고 해서 사람이 아니다. 접붙이듯이 배워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하게 되고 사람이 맺어야 할 열매를 맺게 되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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