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전용교실' 선결과제 많다

2009.08.10 21:53:00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각 시·도 교육청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과전용교실제는 해결되어야 할 선결과제가 많다. 교과전용교실제의 장점은 그동안 여러차례 언급되었고 또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는 점에서 굳이 이의를 달 이유가 없다. 이 제도는 초·중등교육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제도임에 틀림이 없다. 지금까지의 교육현장을 확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본격 시행에 앞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일단은 시행해 놓고 보자는 식의 접근으로는 성공을 속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교과전용교실의 확보이다. 학교에 남아도는 교실이 있다면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각 학교마다 학급수가 줄어드는 추세에 있어, 교실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기존학생들을 수용하기에도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 이들 학교는 시간을 보내면서 학급수가 줄어들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추가 예산을 들여서 교실을 새로 건립해도 되지만 이 경우는 부지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학교에 대한 대책이 꼭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각 교실의 시설확보문제이다. 일반교실로 쓰이던 곳을 교과전용교실로 전환하려면 각 교과의 특성에 맞는 시설확보가 필요하게 된다. 시청각 기자재를 교과특성에 맞게 확보해야 하고, 각 교과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도 확보되어야 한다. 이런 기자재의 확보없이 시행된다면 단순히 교실을 옮겨서 수업을 하는 정도밖에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해당교과에서 불편함없이 수업이 진행될 수 있어야 교과전용교실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확보되어야 한다. 현재처럼 각 교실에서 수업을 받던 학생들이 매 시간마다 옮겨다니게 되면 아침에 등교하여 자신의 학급으로 들어간 후, 1교시부터 교실을 찾아다니게 되는데 이부분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점심시간이나 체육시간에는 다시 자신들의 교실로 돌아와야 하고, 자신들의 학급도 하나의 교과전용교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소지품을 모두 가지고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매 시간마다 학급에서 휴식을 취하던 형태에서 매시간마다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휴식처를 찾기 어렵게 되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학생들을 위한 휴게공간을 비롯한 다양한 배려 방안이 필요하다 하겠다.

또한 학급개념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아침에 지각을 하게 된다면 자신의 교실로 들어오지 않고 교과전용교실로 곧바로 이동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최소한 지금까지의 학교형태는 등교하여 담임교사와 만나서 아침조회를 실시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학생들의 상태를 담임교사들이 살펴왔다. 이런 형태에서 자칫하면 담임의 역할이이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모든 수업이 끝나면 교실에서 종례를 하던 것이 허물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담임교사들이 수시로 학생지도를 위해 교실을 찾아가던 것도 무너질 수 있다. 매 시간마다 학생들이 이동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동태를 담임교사들이 쉽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끝으로, 고등학교의 경우는 선택과목학습으로  학생들마다 시간표가 다를 수 있지만, 중학교의 경우는 모든 학생들이 같은 시간표로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같은 과목이 동시에 같은 학년 수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교과전용교실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음악, 미술, 과학, 기술, 영어 등의 교과는 전용교실의 수준이나 시설이 비슷해야 하고, 충분히 확보가 되어야 한다. 같은 학교에서도 교과전용교실의 수준차로 인해 학생들이 수업여건에 차이가 나면 안되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예산의 투입이 우선되어야 해결될 문제들이다. 여유교실이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우선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근본적인 방향이 아니다. 여건이 안되는 학교들에 대한 투자가 꼭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결국 이들 선결과제를 적절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 교과전용교실제는 성공을 거둘 것으로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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