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로 교감선생님이 부임하여 계속해서 강조한 것이 있었다. 물론 교감선생님은 방과후학교 활성화 전문가로 각급학교에 컨설팅을 하는 일이 가장 큰 일이긴 했지만, 학교 내에서는 교사들에게 자기장학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 왔다. 그 일환으로 각자 수업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자기 스스로 수업에 대한 문제점과 반성할 점, 다른 동료교사들에게 적극권장할 장점 등을 찾아보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교사들이 거부감을 나타냈지만 한명 두명 촬영을 시작하여 9월 초 쯤에 모든 교사들이 촬영을 마쳤다. 촬영의 목적은 자기장학에 활용함으로써 수업전문성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촬영한 동영상을 동료교사들끼리 돌려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아직은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판단하에 가급적 촬영한 교사가 스스로 동영상을 본후 자기장학 기록표에 장점과 단점을 기록하도록 하였다. 물론 촬영된 동영상을 CD에 담아서 해당 교사에게 전달했다. 촬영은 교실 뒷쪽에 카메라를 장치하여 고정시켜 놓고 그 누구도 참견하지 않는 순수한 수업촬영이 되었다. 모든 교사들이 촬영을 했기에 각자 자신의 동영상을 보면서 동료교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단점을 고치기 위한 노력에 돌입하였다. 아직도 완전히 장 단점 분석이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 말까지는 모두 완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교사들의 자기장학 보고서가 완성되면 2010학년도 교육계획작성을 위한 연수시에 발표도 하면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수업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모든 교사들이 크게 거부감을 나타내거나 촬영을 거부하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의 수업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물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교사들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지나가면 그만인 수업을 스스로 촬영하여 자기장학에 활용했다는 것은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교사자신도 모르던 버릇이나 행동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웃지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고 말았다.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인근학교와 교육청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교과부에서는 올해 2학기에 내년 3월 전면 실시되는 교원능력개발평가제를 앞두고 전국 1천551개 초ㆍ중ㆍ고교를 교원평가제 선도(시범) 학교로 추가 지정했다. 그것이 9월 초의 일이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학교수를 늘리다보니 각 시 도교육청에서 무리하게 학교에 선도학교 참여를 권장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선도학교는 상반기에 지정된 1천570개교를 포함해 총 3천121개교로 늘어났다.
바로 이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학교가 수업 동영상 촬영을 한다는 소문때문에 교육청에서 우선적으로 지목한 학교가 바로 우리학교였다. 이미 수업 동영상 등을 촬영하고 있으니, 선도학교 참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우리학교를 지목한 이유이다. 그러나 첨예한 교원평가제 선도학교를 찬성하는 교원들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교육청의 무리한 부탁이기에 더욱더 반대를 했다. 교육청의 부탁을 받은 교장, 교감선생님의 입장도 난처하게 되었다. 동영상 촬영을 한 것은 교원평가제 도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다. 자기장학에 활용한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어떤 목적도 있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선도학교 지정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나름대로 잘해 보려는 분위기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교육청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자기장학을 위해 스스로 동영상을 촬영하여 분석하는 교사들의 노력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로지 자기장학을 위한 것이 목적의 전부였던 것이다. 물론 교육청의 이야기대로 이미 잘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그런 부분들이 싫은 것이다. 순수한 목적에서 시작한 일을 교원평가제와 연관시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두고두고 마음이 편치않은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