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3일과 14일 양일간 실시예정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의 서답형 문항채점과 관련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선학교에서 직접 채점을 함으로써, 성적부풀리기 등의 빌미를 주었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시험은 교육청에서 직접 채점하기로 하였다. 또한 일선학교의 채점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도 포함되어있다. 그런데 채점교사 추천 과정에서 일선학교에 무리한 추천을 요구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말이 추천이지 강제추천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이렇다. 교육청에서 채점을 하기위해서는 당연히 서답형 채점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 채점을 도맡아 할 인력이 교사들이어야 함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채점교사 추천을 받으면서 일선학교에 과목과 함께 전공을 지정하여 추천을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학교에서 과학을 담당하는 교사의 경우 과학담당교사 중에서 누구나 추천을 받는 것이 아니고, 세부전공으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으로 세분하여 학교별로 인원을 배정한 것이다. 사회과의 경우도 역사, 일반사회, 지리 등으로 전공을 세분화하여 추천을 하도록 한 것이다. 각 학교에서 정해진 전공에 맞추어 미리 정한 인원을 추천하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전공 교사가 없거나 있어도 1-2명밖에 없는 경우는 추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에 같은과목은 다른 전공은 넘쳐나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넘쳐나는 전공교사를 추천해야 할 형편인데, 적은 인원밖에 없는 전공교사를 추천하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없는 전공을 만들어서 추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추천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에 놓여있는 것이다.
여기에 채점방법이 출,퇴근 채점이 아니고, 합숙채점이라는 것도 추천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중의 하나이다. 10월30일(금)-11월1일(일)까지 2박3일을 합숙하여 채점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 입장에서는 가정에 어린 아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2박3일씩 채점에 매달려야 하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출, 퇴근이면 몰라도 합숙하여 채점을 한다는 것은 학교현실과 교사들을 전혀 배려하기 않은 것으로 무리한 추진이라는 것이다. 요즈음 학교의 교사들중 많은 비율이 여교사인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쉽지 않다.
또한 10월30일(금)과 10월31일(토)의 수업결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더구나 10월31일은 토요휴업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틀의 수업결손은 불가피하다. 강사를 채용해도 되지만 많은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강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일선학교에서는 가급적 3학년 수업담당교사를 추천하는데, 11월 중순이면 3학년들은 기말고사를 실시한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진도나가기도 빠듯한데, 이틀씩이나 학교를 비우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왜 합숙하여 채점을 해야 하는지 그 부분을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선학교의 사정을 헤아려서라도 합숙이 아닌, 출, 퇴근 채점형식으로 변경해야 한다. 그 많은 교사들을 합숙하여 채점을 하도록 하는 것이 어느정도 효율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학교와 교사의 입장도 고려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