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별 수능성적을 공개하면 학교간 경쟁이 이루어져 모든 학교의 성적이 상향될 것인가? 엄청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을 무한정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학교간 성적차이가 있는 것이 학교만의 탓인가? 이런 여러가지 의문점에 대한 답이 없는 상태에서 학교별 수능성적이 공개되었다. 물론 공개과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예상했던 결과와 큰 차이가 없지만, 학교간 학력격차가 엄연히 존재함이 드러났다. 앞으로 이런 격차가 어떻게 해소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일반계고등학교보다 특목고 학생들의 성적이 높을 것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이미 특목고는 신입생들의 성적 자체가 여타의 고등학교 학생들보다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우수한 인재를 뽑았기에 우수한 인재들이 배출된 것이다. 최소한 성적만 높고 볼때는...그렇다고 그 특목고들이 매우 우수한 고등학교로 볼 수는 없다. 아니 좀더 검증이 필요하다. 이미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갔으니, 그 학생들이 입학당시보다 얼마나 더 많이 우수해졌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원래부터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가르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우수한 학생들을 얼마나 더 우수하게 이끄느냐는 그 학교의 능력인 것이다. 우수한 학생들을 뽑은 학교들은 최소한 기본만해도 우수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수하지 못한 학생들을 뽑았던 학교들은 기본만 한다면 그저그런 학교로 비추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특목고와 일반계 고등학교를 단순 비교할 수 있겠는가.
수능성적 공개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일반계 고등학교 사이에서도 학력격차가 있고, 특목고 사이에서도 학력격차가 있다는 것에서 학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학교간 학력격차라는 것이 단순히 포장되어서는 안된다. 기초가 어느정도 갖추어져야만이 교육을 통해 결과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학교에서 잘못 가르쳤기 때문에 파생된 문제로 돌리는 것은 이를 통해 얻을 것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당초에 생각했던대로 학교간 경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느정도의 경쟁은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생각만큼 경쟁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령 학교에서 매번 실시되는 성적을 모든 학생들에게 공개한다면 학생들간의 경쟁을 통해 한층 더 학력신장이 이루어질 것인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때 그럴 가능성은 높지않다. 도리어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학생들이 생길수도 있다. 극히 일부 학생들은 학력신장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학교간 경쟁도 마찬가지이다. 원하는 학력신장을 이끌어내기 이전에 도리어 부작용이 먼저 발생할 수 있다. 단순히 학교간 성적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고, 학교간 경쟁을 통해 엄청난 효과를 노린다면 이는 잘못된 방향이다. 자연스러운 경쟁을 통해 입학당시와 졸업당시의 성적을 비교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같은 학생들이지만 어떻게 학교에서 노력하여 학력신장을 이끌었는지가 학교간 성적비교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는 학교간 성적공개, 다시한번 재고되어야 한다. 아무리 공개를 해도 학력신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학교들은 나올 수 밖에 없다. 원래부터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모인 학교라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학교별로 차별화를 두도록 슬그머니 방조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특목고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하게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 당연함을 마치 놀라운 일처럼 자꾸 확대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조건을 달리하고 결과만 비교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간 경쟁을 유도하더라도 이런식의 방법은 안된다. 좀더 연구를 통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