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평' 나쁘면 강제전보?, 누구맘대로

2009.11.08 20:28:00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저조한 교원,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 3 제1항 각 호(미성년자 대상 성폭력행위, 금품수수, 시험문제 유출 등)의 사유와 관련해 주의 또는 경고처분을 받은 교원, 당해 학교에서 재직하는 동안 3회 이상 주의 경고 또는 경고 처분을 받은 교원 등은 학교장이 전보조치를 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행정예고한 2010학년도 중등학교 교원 및 교육전문직 인사관리원칙 개정안의 일부이다.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가장 큰 문제이다. 학교장이 아무리 교사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직무수행능력을 파악할 수 없다. 간접적인 판단만이 가능할 뿐이다. 또한 직무수행능력의 한계가 명확하지 않다. 한 마디로 주관적인 판단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수업은 잘하는데, 학교의 업무처리를 제때 하지 못한다면 이것도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한 것일까. 교사의 가장 큰 직무는 수업인데...교장의 전권이 우려된다.

근무성적이 저조한 교원을 전보조치 할 수 있다는 것은 더욱더 문제가 크다. 휴직해서 복직한지 얼마 안되는 교사나 담임이 아닌교사, 중간에 휴직한 교사들은 대부분 근무성적평정에서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초임교사들 역시 상대적으로 근무성적평정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아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들 교사는 5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대로 전보조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규정이 어디 있는가.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 3 제1항 각 호(미성년자 대상 성폭력행위, 금품수수, 시험문제 유출 등)의 사유와 관련해 주의 또는 경고처분을 받은 교원, 당해 학교에서 재직하는 동안 3회 이상 주의 경고 또는 경고 처분을 받은 교원도 학교장의 전보조치 대상자이다.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행위, 금품수수, 시험문제 유출 등의 사유와 관련해 주의 또는 경고처분을 받은 경우에 강제로 전보조치하는 것은 백번 옳다. 이런 경우는 현재도 전보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당해 학교에서 재직하는 동안 3회 이상의 주의 경고 또는 경고 처분을 받은 교원의 경우는 자신이 잘못해서 주의나 경고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볼때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즉 주의나 경고처분을 받는 경우, 개인의 잘못도 있을 수 있지만, 교사 한명의 잘못으로 줄줄이 엮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이야기이다. 가령 어느 교사가 시험문제를 잘못 출제하여 문제가 되면, 같은 교과 교사들과 교과주임에게도 책임이 돌아간다. 해당교과의 교사들만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고, 교감과 교장도 책임을 지게 된다. 여기에 교무부장등 시험과 관련된 교사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구조이다. 결국 해당교과 교사와 교무부장, 교감, 교장등도 같은 범주의 징계를 받게 된다. 직접적인 징계가 아님에도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하나 잘못하는 교사들에게만 집중적으로 특별전보규정이 신설된 것도 문제이다. 원거리내신이나 신체허약으로 인한 내신은 원천적으로 막고있다. 잘못 근무한 교사를 전보시킬 수 있듯이, 근무를 잘한 교사들도 원하는대로 전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교장에게 전폭적인 권한을 주면서 잘못한 교사만 걸러내는 장치를 마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물론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에 이 제도에 맹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쨌든 평가에서 잘했다는 평가를 받은 교사들에 대한 우대도 함께 포함되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학교장의 특별전보조치 권한행사는 재고 되어야 한다.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또다른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런 글을 남기면 의견을 내라고 할때 내지않고 왜 이제서 문제를 제기하느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의견제시를 한다. 행정예고(안)이 나왔을때, 의견제시를 하긴 한다. 그러나 그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를 본적이 없다. 일개 개인의 불만사항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또한 의견을 제시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여기에 의견제시를 하는 과정이 복잡하다. 인터넷 등에서 간단한 제시가 어렵다. 대부분은 의견을 작성하여 팩스 등으로 전송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의견이 있어도 제시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요즈음 같은 정보화시대에 인터넷에 전적으로 의견을 올리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학교장에게 비정기 전보를 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지만 학교장들이 안하면 그만이다. 만일 이를 조금이라도 악용하는 교장이 나오거나, 강제로 전보시키도록 강요하는 일들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단 한명의 교사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이는 잘못된 규정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교장들이 이런 점들을 감안하겠지만 악용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의 규정은 삭제 또는 보완되어야 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