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2010학년도)부터는 교육과정 편성에서 학교에 많은 권한이 주어졌다. 학교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굵직한 내용들이 많다. 학교장에게 대폭적인 권한이 주어지기도 했다. 교육과정 운영에서 학교장이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권한도 많아졌다. 학교자율화조치의 일환으로 내려진 후속조치들이다. 학교에 교육과정 등의 자율화 권한을 이양한 것은 학교에서 원하던 것이었다. 앞으로 학교가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자율화 조치를 취한 후에 있다. 내년도 교육과정편성에서 연간 20%의 시수을 증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20%의 시수를 증감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은 어떤 교과에서 20%가 증가되면 다른 교과에서 20%를 감축하면 되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20%를 증가해도 꼭 20%를 감축할 필요가 없다. 또는 감축을 전혀하지 않아도 되도록 되어있다. 학교장이 20% 증가, 20%증가 후 일부 감축(20%가 되지 않아도 된다.), 20%증가에 20%감축 등으로 되어있는 것이다. 20%를 감축만 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봉쇄 되어있다.
위의 예 중에서 학교장이 선택하면 된다. 20%를 증가하고, 나머지 교과에서 20%를 감축하는 문제에서 감축되는 20%의 교과는 교사가 불필요하게 된다. 강제로 다른 학교로 전보를 시켜야 한다. 물론 정기전보가 아닌 비정기 전보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20%증가되는 교과는 교사를 더 받아야 한다. 전체 교사수는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증감에 따른 교사를 새로 배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 증가되는 교과의 시수와 감축되는 교과의 시수가 맞아 떨어지면 다행이지만, 한 두 과목에서 증가되고, 한두 과목에서 감축되면 교사를 어떻게 보내고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순수하게 증가만 시킬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수업시수의 순수한 증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선학교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교사를 추가로 배정해 준다는 내용이 없다. 내부에서 알아서 강사등을 채용하여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강사를 쓰기 위해서는 예산문제가 따르게 된다. 학교에서는 강사예산을 지출하면서 까지 이 규정을 따를 수 없다. 교사를 추가로 배정해 주지 않고 강사등으로 대체한다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양적인 증가만 가져올뿐 질적인 측면에서는 도리어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매주 7교시 이상의 수업을 해야하는 부담감도 일선학교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학교에서 결정하여 시행하면 될 것이다. 학교여건에 맞춰서 실시하도록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번에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으로 학교에 부여된 권한 중에는 수업시수의 증감과 함께 교과 집중이수제가 있다. 그런데 교육청에서는 수업시수 증감, 교과 집중이수제 중에서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한다. 즉 교육과정편성내용을 교육청에 보고할때 올해(2009년)와 같은 교육과정을 보고하면 다시 돌려 보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교과부에서는 교육과정 자율화방안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가를 학교평가에 반영한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쯤되면 자율화가 그냥 자율화가 아니고 이상한 자율화 아닌가. 학교에 자율권을 준다고 하면서 학교여건에 맞도록 해야 함에도 무조건 하나는 해야 한다는 강제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자율인가. 적어도 학교에서 선택해서 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의 교육과정이 옳다면 현재대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강제로 교육과정 자율화를 따르라고 하면서 학교평가에 반영까지 한다면 학교에 주어진 자율권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 있는가. 말로만 하는 자율화보다 실천하는 자율화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상한 자율화 방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