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외면한 교사초빙제

2009.11.22 22:27:00

이미 여러가지 보도경로를 통해 알려졌듯이, 서울시내 초,중,고등학교중 공립학교에서는 내년부터 최소한 20%의 교사를 초빙해 올 수 있다. 또한 우선내신요청 비율이 현행 10%에서 20%로 높아지게 된다. 학교간 경쟁을 유도하여 공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이 방법이 교과부에서 요구하는대로 학교간 경쟁 유도에 한 몫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크다. 훌륭하고 학생들 잘 가르치는 교사가 따로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지만 추진과정에서의 문제점도 매우 크다. 신설학교나 시범학교 등 특별히 교사를 초빙해 와야 할 학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교사를 초빙해올 명분이 빈약하고, 방법적인 측면에서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일선학교에는 이미 초빙교사 임용에 관한 여러가지 지침이나 참고사항들이 공문으로 전달 된 상태이다. 11월 중으로 초빙교사제 운영을 할 것인가에 대한 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예년의 경우는 1월 초쯤에 정기전보로 이동하는 교사들의 내신제출이 있었다. 그런데 벌써 공문을 내려보내면 내년에 유예할 가능성이 있는 교사들을 정하기 여렵고, 초빙비율이나 과목등을 정하여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역시 지금의 학교시기로 볼때 쉽지 않은 것이다. 어차피 교원인사이동은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실시되고 있으므로 시기적으로 조금만 늦춰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초빙교사제를 실시하여 학교를 발전시키고 교사와 학교의 경쟁을 유발하는 것이 교사 초빙제의 가장 큰 목적이다. 그런데 모든학교에서 초빙제를 실시함으로써 많은 교사들이 초빙에 응할 것이라는 생각에 문제가 있다. 과연 많은 교사들이 20%에 들기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다른 교사들과 경쟁하면서 초빙에 응할 것이냐의 문제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많은 교사들이 원하는 학교들이 많이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중학교에서는 여건이 거의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학교에 많은 교원들이 모여드는 일이 생기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더구나 경합이 있는 학교들에 대해서는 초빙요건이 일반학교와 다른점도 문제이다. 똑같은 조건을 내걸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도 경쟁을 통한 초빙제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초빙제가 활성화되어 많은 학교에서 초빙에 성공한다 치더라도 어느누구도 초빙에 응하지 않는 학교들은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이럴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도 문제이다. 초빙에 응하는 교사들이 없으니, 그 학교는 문제가 많으므로 당장에 교장과 교사들을 문책할 것인가. 많은 학교들이 여건이 다름에도 일률적으로 20%씩 초빙하도록 한 것은 학교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또 한가지 오류는 초빙받아 간 교사들은 훌륭한 교사이고, 초빙에 응하지 않았던 교사들은 무능한 교사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는가이다. 당연히 성립하지 않는다. 도리어 초빙에 응하지 않은 교사들은 어디를 가든지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하고, 자신의 교육철학을 소신있게 펼칠 각오가 되어 있는 경우들이 많다. 그렇다면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을 원하는 경우에 초빙에 응할 수 있고, 각종 연구, 시범학교에 인센티브를 목적으로 초빙에 응할 것이다. 과연 이들이 훌륭한 교사들이란 말인가.

학교장에게 권한을 주었다고 하지만 학교장들이 도리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매년 초빙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전권을 쥐고 있는 현실에서도 초빙과 관련하여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꺼번에 정원의 20%를 채울 것인지, 연차적으로 채울 것인지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물론 초빙을 안할 수도 있지만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초빙제를 무시할 수 있는 학교들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지도 고민의 핵심이 된다.

과목별로 이동을 해야 하는 중,고등학교의 경우는 해당과목에 자리가 있는경우만 그 학교에 갈 수 있다. 초빙으로 다 채우고 나면 그 학교에 가고자 했던 교사들이 못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물론 초빙에 응하면 될 수 있지만 초빙에 응하더라도 그 학교에 초빙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괜히 교사들 사이에서 위화감만 조성될 수도 있다. 능력있는 교사와 능력없는 교사로 나누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지만 그 능력의 기준이 과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정해졌는지, 우려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과목에 따른 형평성 문제는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다.

철저히 학연, 지연등이 배재되어야 함에도 이런 여러가지 변수가 초빙교사를 결정할 수도 있다. 도리어 현재의 무작위인사가 더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시간을 두고 비율을 늘려가는 것이 아니고, 한꺼번에 20%씩이나 초빙하도록 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인 문제에서부터 원론적인 문제까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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