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데없는 교사들, 어떻게 해야 하나

2009.12.13 17:04:00

모든 학교 20% 교사초빙, 자율학교는 50%까지 초빙이 가능하다. 2010년 서울시교육청의 인사관리 규정이다. 학교자율화방안에 따라 학교장에게 대폭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신설된 조항이다. 여기에 우선내신요청을 전입교원의 20%로 높였다. 과목제한도 폐지하였다. 유예비율은 현행20%에서 30%로 높였다. 학교장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부적격 교사로 판단되면 정기전보 이전에도 다른학교로 다시 인사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인사관리 규정이 대폭 바뀐 것이다. 교사들을 경쟁시켜 학교교육 정상화를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요즈음 각급학교 홈페이지와 교육청 홈페이지에는 교사초빙 공고가 떠 있다. 모든 학교에서 20%를 초빙할 수 있으니, 모든 학교들이 초빙공고를 낸 것이다. 올해 정기전보 대상자인 많은 교사들이 이들 공고내용을 보고 학교를 선택하여 초빙에 응해야 한다. 초빙에 응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가고싶은 학교를 선택해서 갈 길이 원천적으로 막힌다. 나중에 초빙외의 학교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전체교원의 20%가 초빙이니 한 학교의 교원수가 50명이라면 초빙가능인원은 10명 남짓이다. 이것을 매년 할 수도 있고 한꺼번에 모두 채울 수도 있다.

이런 사정때문에 갈곳이 없는 교사들이 양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빙에 응하면 될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겠지만 초빙의 조건이 학교마다 상당히 까다롭다. 창의적인 수업방법을 개발하여 열정적으로 학생지도를 할 수 있는 교사, 자기주도적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교사 등을 제시하는 것은 아주 쉬운 조건에 해당한다. 교사들이 평소에 하고 있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조건들이 아닌 다른 조건들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NEIS의 관리가 가능한교사, 교무업무시스템 관리자가 가능한 교사, 에듀파인 관리가 가능한 교사, 성적전산처리가 가능한 교사, 수학 과학 영재학교 운영이 가능한 교사 등인데 이 경우 물론 배워서 하면 된다고 하지만 초빙에 응하는 교사들의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업무들은 학교에서도 전문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무이기 때문에 쉽게 담당을 결정하기 어렵다. 결국 교사들은 망설이게 되고 초빙에 응하지 않게된다.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교사만이 초빙에 응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교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취지에 어긋나게 되는 것이다. 학생지도와 수업은 정말 잘하는데, 업무조건에 맞지않아서 초빙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그 업무를 위해 단기간 연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고싶어도 가지 못하는 교사들은 서글퍼지는 것이다.

물론 교사가 못하는 일이 있을 수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교사들이 수업외에 모든 것을 완벽히 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초빙기준이 수업 우선인지, 업무우선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능력있고 잘 가르치는 교사들을 일선학교에서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교사초빙제가 교사들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그 학교에서 요구하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서 지원할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물론 학교에서는 어쩔수 없이 그런 조건을 내걸었을 것이다. 그래도 특정한 업무에 능력을 갖춘 교사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결국 교사초빙제를 도입하면 교사들의 경쟁을 유발시킬 수 있어, 학교교육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기본적인 취지에는 어느정도 공감을 한다고 해도, 교사가 학생 가르치는 일보다 더 중요시하는 업무때문에 가고자 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은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팔방미인이 아닌 다음에야 초빙요건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교사 초빙제의 근본을 살리면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하겠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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