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몰라요, 성도몰라요.....' 오래된 유행가 가사이다. 어쩌면 올해부터 갑작스런 복고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고 생각하겠지만 올해부터 법제화없이 규칙으로 시행될 교원평가에서 나타날 유행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아직도 이해가 잘 가지 않겠지만 지금부터 이 글을 읽으면 이해가 조금은 될 것이다.
교과부의 대통령업무보고에서 밝혀진 내용을 보면, 교사들은 동료 교사의 평가와 함께 학생·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를 받게 된다. 교사 평가의 경우 수업태도·준비 등 18개 지표별로 2~5개 문항에 대한 설문이 이뤄진다. 각 문항에 대해 동료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5단계로 절대평가하게 된다. 결과는 교사들에게 지표·평가자별 환산점수로 통보된다. 물론 결과에 따라 성적이 저조한 교사들에게는 연수가 부과된다. 연수부과 자체만으로 크나큰 부담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교원평가의 효과는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모두 수용이 가능하다고 해도, 학부모의 만족도 평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학부모들은 특정교사만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고, 해당학교 전체교사를 대상으로 만족도평가를 하게된다. 학생들의 만족도 평가도 객관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지만, 학부모들의 만족도 평가는 실로 위험한 평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에 자주 드나드는 학교운영위원회위원이나 학부모회 임원들 조차도 교사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학교의 현실인데, 어떻게 그 많은 교사들을 평가할 수 있겠는가.
교사들의 얼굴을 모르는 것은 물론,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의 학교담임교사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 담임교사의 담당교과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인데 해당학교 모든 교사들을 어떻게 알고 있으며 그 교사가 어떤 과목을 담당하는지 알수 있겠는가. 규모가 큰 고등학교의 경우는 교직원들 사이에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중학교를 예로 든다면 3년간 학교방문을 전혀하지 않는 학부모들이 최소한 절반 가까이 된다. 그런데 어떻게 교사에 대한 만족도 평가가 가능하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볼때 '이름도 몰라요, 성도몰라요'는 단순히 유행가의 가사가 아니고, 교원평가제 도입으로 새로 나타날 유행어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동료평가와 학생만족도 평가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객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학부모의 만족도 평가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이 글을 읽는 교사나 학부모, 일반인들 모두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현재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라면 자녀들의 학교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으며 그 학교의 교사들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이다. 만일 자녀들의 교육을 마친 일반인들이 있다면 예전에 자녀들이 학교에 다닐때 그 학교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으며, 그 학교의 교사들에 대한 정보를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 같은 결론을 얻을 것이다. 학교정보는 물론 교사들 정보를 자세히 알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학부모가 해당학교 교사들의 만족도를 평가할 수 있겠는가. 객관적으로 볼때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알지도 못하는 교사를 어떻게 만족했는지 점수를 줄 수 있겠는가. 법제화가 이루어지고 안 이루어지고의 문제는 아니다. 최소한의 객관성과 보편, 타당성은 확보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과정없이 무조건 실행해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교원평가 문제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것이 10년 가까이 지났다. 변한 것이 무엇인가. 법제화되지 않았어도 무조건 실시하겠다는 것 빼고는 변한 것이 없다. 말로는 시범학교를 전국학교의 30%이상 운영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그 시범학교들은 모두가 거의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교과부의 시범학교수 늘리기 작전에 어쩔수 없이 동참했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다른 부분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이제 교원평가제의 본격시행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지난 10년에 비해서는 아주 가까이 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10년을 기다려왔는데 불과 몇 개월을 못 기다릴 이유가 없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이종걸 위원장의 노력으로 현재 구성되어 있는 6자 협의체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전교조도 어렵사리 참여를 이끌어 낸 만큼 조금만 더 참고 협의체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제도를 조금만 더 기다려서 잘 다듬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몰라요.'라는 유행어가 탄생하기 전에 조금더 다듬은 후에 실시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