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배정방식의 변경으로 혼란과 신뢰에 타격을 입었던 서울시내 고등학교 선택제가 드디어 뚜껑이 열렸다. 개별 학생들에 대한 학교배정결과는 2월에 가서야 열리지만 지원상황이 발표됨으로써 향후 고교선택제의 방향이 정해진 것이다. 어떤 것을 보완하고 어떤 것을 추가해야 할지 명확해진 것이다. 생각했던 만큼은 아니더라도 일부지역에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지원자가 미달된 학교들이 있어 이들 학교에 대한 향후 대책도 고민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최고의 지원율을 보인 신도림고등학교와 그 다음으로 높은 지원율을 보인 서울고등학교는 지역적으로 볼때 한참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신도림고등학교는 개교 1년밖에 안되는 학교로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은 학교임에도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다. 서울고등학교야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진 학교이고 졸업생을 수없이 배출한 학교이다. 동문들이 정계와 재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니, 서울고등학교가 경쟁률 2위를 기록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모의 배정에서도 서울고등학교는 항상 많은 학생들이 몰리는 학교이기도 했다.
문제는 신도림 고등학교인데, 지방에 있는 독자라도 영등포역 다음에 있는 신도림역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신도림역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새롭게 문을 연 학교가 신도림고등학교이다. 과거 한국타이어 공장이 있었던 곳이다. 현재의 상황으로 볼때 신도림고등학교가 경쟁률 1위를 한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전문가들 조차도 그 이유를 명확히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때 신도림고등학교의 경쟁률 1위에 대한 분석은 첫째, 지역적으로 고등학교가 많지 않은 곳이고 둘째, 신도림동 부근에 신축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중산층들이 많이 이주해왔기 때문에 지원자가 많았다는 것, 셋째, 신도림고등학교는 그동안 일반학교에서 볼 수 없는 친환경자재를 사용하여 건축되어 친환경인증을 받았고, 학교시설이 서울시내 고등학교 중 최고를 자랑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밖에 명문대반을 별도로 운영하고,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고 있다는 입소문 때문에 신도림고에 지원한 학생들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아직 1학년만 있기 때문에 정확한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일반학교와 다른 시스템으로 간다는 것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렇더라도 여러가지 여건으로 볼때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이 지원한 사실에 대한 분석은 좀더 두고 살펴보아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건물 전체를 친환경 자재만을 사용했고 생태학습장과 옥상공원, 대학 캠퍼스식 공원운동장을 갖춘 덕에 친환경 인증 시범학교로 지정 된 부분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강하게 어필 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은 여러가지 분석 중에서 설득력이 가장 높다는 생각이다. 학교의 교육환경이 열악한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학교에 비해 교육환경 측면에서 만큼은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기에 학생들이 몰릴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다른 요인에 교육환경이라는 가장 중요한 여건이 플러스 작용을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신도림 고등학교 뿐 아니라 구로구의 인근 학교들도 경쟁률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신도림고등학교가 속한 구로구에서 적극적인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자치구중 구청에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구를 꼽으라면 최소한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는 것이다. 구청장의 의지가 특히 강하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이런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최근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교육환경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학교라도 교육환경이 떨어지면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최고의 시설을 갖춰야만이 훌륭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때 학교교육에서 교육여건 개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예산투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제2, 제3의 신도림고가 나오기 위해서는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