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터지는 교육계의 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강한의지를 보이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에서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위직 간부들의 일괄 보직 사퇴가 바로 그것이다. 계속되는 비리를 뿌리뽑기위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사퇴해야할 고위직 간부들은 뒤로한 채 실질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운 간부들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퇴대상이 전문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옳은 결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생색내기용 보직사퇴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계속되는 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결단이었기에 더욱 더 그렇다. 결단을 내렸으면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생색내기용으로 끝나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그동안 여러가지로 문제를 일으킨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에서 매우 큰 결단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보직을 사퇴한 전문직들은 대부분 1년정도의 기간을 근무하면 다른 보직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보직을 사퇴했지만 어차피 곧 이어질 인사에서 또다른 보직을 얻어 자리를 옮기게 돼있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실질적인 의도와 관계없이 시기적으로 일괄 보직 사퇴가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이왕에 내릴 결단이었다면 인사시기를 적절히 피해서 처방을 내렸어야 옳다.
이런 시기적인 문제가 결국은 일괄 보직사퇴가 극약처방으로 바라보지 않고 생색내기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책임을 져야 할 교육감 대행이 먼저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직을 제외한 전문직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생색내기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는 약한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때를 잘 못만났을 뿐, 책임져야 할 그 어떤 문제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구책의 일환, 비리를 뿌리뽑기위한 의지로 해석하는 편이 옳다고 본다. 보직사퇴를 했어도 그 보직 사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다른 부서로 옮겨서 보직을 갈아타게 된다면 사퇴의 의미는 훨씬 더 퇴색되는 것이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비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에서는 이런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향후 방향이 어떻게 설정되든 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본다. 생색내기가 아닌 실질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비리를 뿌리뽑는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