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졸업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10.02.09 22:18:00

리포터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 대방중(교장 신원재)의 특별한 졸업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올해 졸업식을 좀 특색 있게 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졸업식을 했길래 그러느냐고 질문하시지 말고, 끝까지 잘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별로 특색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효과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식장에 들어서는 학부모들은 정말 졸업식이 화려하면서도 분위기 있다는 이야기부터 했습니다. 뭐 별것은 아니고 입구에 풍선아트로 장식을 하고, 식장 중간중간에도 풍선을 이용, 다양하게 꾸몄습니다. 계발활동 시간에 풍선아트반을 지도했던 선생님과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힘을 합쳐서 만들었습니다. 여러가지 색깔을 가진 풍선으로 식장을 꾸며놓으니, 훌륭한 졸업식장으로 변모했습니다. 풍선은 학교에서 제공했습니다.

졸업식은 11시로 예정됐지만, 시작은 10시 20분에 했습니다. 학생들과 예행연습을 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 아닙니다. 예행연습은 전날 아주 간단히 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실전에 강할 것이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일찍 모였을까요. 그렇습니다. 학생들이 3년동안 생활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보여줬습니다. 10여분에 걸쳐 상영을 했는데, 졸업식이 진행될 때보다 학생들이 더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가끔씩 자기 모습이나 친구들 모습이 나올 때만 서로 웃고 이야기할 뿐이었습니다.

나머지 30분은 무엇을 했느냐고요. 진짜는 이제부텁니다. 요즈음 대부분 학교에서 방과후 학교 수업을 하고 계시지요. 우리 학교도 예외가 아닙니다. 방과후 학교에서 주로 어떤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지요. 본격적인 방과후 학교가 시작되기 전의 특기·적성교육을 기억하시나요. 요즈음에는 교과학습 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하지만 특기·적성교육의 명맥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기·적성교육을 받았던 학생들을 중심으로 관현악반, 방송댄스반, 기타반, 성악반 등이 미니 발표회를 했습니다. 학생들이 난리가 났겠지요. 마치 학교축제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은 더 놀라고 열광적입니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특기·적성교육을 받는다고 했지만 이렇게 놀라운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집에서 보는 어리기만 한 자녀들이 아니었다는 군요.

졸업식에 참석한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 초청인사들의 놀라워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시나요. 졸업식 본 행사에서도 칭찬이 계속되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졸업식을 할 수 있었는지 정말 궁금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애국가, 교가, 졸업가 모두 관현악단의 연주에 맞추어서 불렀습니다. 녹음된 내용을 듣는 것보다 생동감 있고 실감났습니다. 학생들도 엄청 좋아하더군요.

이렇게 졸업식이 끝났느냐고요. 아직 한가지 더 있습니다. 폐회사 직전에 각 학급의 담임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전달이 있었습니다. 물론 사전에 모두 동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학생들이 지루해 할 수도 있어, 선생님들에게 1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모든 말씀을 다 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대 히트를 쳤습니다. 어쩌면 졸업식의 하일라이트였을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너무나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눈물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더군요.

그렇게 졸업식은 끝났습니다. 그런데 졸업식이 끝나고 교내·외 어디를 보아도 밀가루를 뿌리기나 교복찢기 하는 학생들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좀 논다는 선배들이 몇몇 찾아왔지만 졸업식을 본 후로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상한 행동 하는 학생이나 선배학생들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운동장 바닥에 흰 가루는 단 한점도 없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졸업식 마치고 학교로 전화가 왔었습니다. 학생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니, 와서 지도해 달라고 말입니다.

이제 졸업식의 이상한 학생 문화는 바꿔야 합니다. 학생들만 탓해서도 안됩니다. 학교에서 손을 놓고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서 학생들이 인식을 바꾸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어떤 학교는 학위복을 입고 졸업식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 나간다면 학생들의 인식이 서서히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의 졸업식을 통해 얻은것이 많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발전적인 아이디어를 동원해서 졸업식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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