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는 자율, 속은 타율

2010.02.26 17:35:00

교원성과상여금 제도가 문제가 있다는 것쯤은 교원이라면 대부분 공감을 할 것이다.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높은 등급을 받거나 낮은 등급을 받거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과금은 차등지급폭을 50~70%로 정하고 기관장이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지난해의 30-50%보다 등급간 지금액에 많은 차이가 나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30%를 선택했었다.

최저수준인 50%를 선택하더라도 결국은 지난해에 비해 차등지급폭이 20% 상승되도록 한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50%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에서 내려보낸 성과상여금 지급 업무처리요령을 보면 관내 학교는 60%, 70% 중에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50%는 아예 지급기준에 명시조차 되어있지 않다. 학교에서의 기관장은 학교장이 되는데, 학교장이 선택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교과부에서 발표한 50%는 전혀 언급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비율은 60%와 70% 뿐이다. 이것이 자율이란 이야기인가. 학교장에게 자율권을 부여한다고 언론에 홍보를 하면서 결국은 자율권 자체를 막아 버리고 있는 것이다. 무늬만 자율일 뿐 내면은 타율적인 요소가 매우 강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도의 경우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서울시 교육청에서 내려보낸 업무처리 요령에는 분명히 50%가 빠져있다.

이 뿐이 아니다. 서울시 교육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과상여금 지급기준을 학교에서 위원회를 설치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교과부의 지침은 경력요소는 넣지 말라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넣을 수도 있고 넣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고, 완전히 넣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 빼고 저것 빼고 중요한 것은 지침에서 결정하고 곤란한 것만 학교에서 정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자율인가 묻고 싶을 뿐이다.

평가요소 중 경력도 한 자리를 차지해야 옳다. 물론 경력이 등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반영이 필요하다. 모조리 다 빼버리면 경력많은 교사들은 어떻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중학교의 경우 평가기준 예시를 보면 오로지 담임을 맡은 교사만이 높은 등급을 받도록 돼있다. 담임업무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경력이 많은 교사들은 최하등급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경력을 평가요소로 선택한다고 해도 최하등급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그나마 모조리 경력을 빼 버리면 최하등급은 맡아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경력많은 수석교사의 경우, 당연히 컨설팅 활동등을 해야 함으로, 담임을 맡기 어렵다. 국가에서 내준 자격으로 수석교사 역할을 했음에도 담임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와 경력이 많다는 이유, 수업시수가 적다는 이유로 성과금에서 차별을 받는 것이 옳은 것인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 경력을 빼버리지 말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되, 가급적 반영비율을 최소화 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무늬만 자율이고 속내는 타율인 현재의 성과상여금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옳다. 지급기준의 객관성을 문제시 하고 있지만 교과부는 이의 개선에는 전혀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차등지급폭을 높이는 것에만 사활을 걸고있다. 일선 현장의 분위기나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차등지급폭을 높이기 이전에 객관적인 평가기준 마련에 올인해야 한다. 평가를 잘 받은 교사나 그렇지 않은 교사 모두가 마음이 편치않다. 지금의 현실은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무조건 차등지급폭만을 높이는 쪽으로 매달리는 것은 하루빨리 중단돼야 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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