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구조를 고쳐야 한다

2010.03.14 22:25:00

서울시교육청의 비리가 벌집을 쑤신듯 시끄럽다. 큰 맥락에서 보면 '인사비리'로 요약되지만 시작은 전문직이다. 전문직이 되기 위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일이 자주 발생하면서 외부로 알려진 것이다. 승진의 보증수표 역할을 독특히 해왔던 전문직이 이제는 공개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렇게 승진의 보증수표가 되다보니 실제 수표가 뿌려지는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큰 비리가 숨어있다는 소문도 들려오고 있다.

사실 전문직이 되고 (서울의 경우) 5년 정도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일선학교 교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전문직에서 교원으로 전직을 하는 것이다. 결국 장학사나 연구사로 재직하는 것은 5년 정도의 시간만이 필요한 것이다. '전문직에 들어갔더니 일이 바쁘지만 그래도 수업을 하지 않으니 견딜만 하다'는 어느 전문직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전문직의 업무가 교사의 수업보다 강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교사들이 방학 때 학교에 출근하여 많은 업무를 처리해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기 도중에 비해 피로도가 덜 하다는 것쯤은 교사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그런 전문직들이 승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는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 일단 전문직에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그들도 교감과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일선학교에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담당교사보다는 교감들에게 직접 연락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자신들도 교감수준이기에 평교사들과 연락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공문이 늦게 도착해도 담당교사들은 항상 교감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관련 메일도 교육청의 장학사는 교감에게 전달한다. 교감이 이를 또다시 담당교사에게 전달하는 것이 학교 현실이다. 당연히 모든 업무처리가 더 늦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왜 이런 풍토가 조성됐나. 결국 전문직들은 아무런 장애물 없이 교감으로 전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도 일정한 제약이 따른다면 당연히 좀더 겸손하고 현실적이 되지 않았을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일정 기간만 채우면 교감으로 전직이 가능한 구조다. 교육전문직(사급)에서 교감으로 가는 것은 승진이 아니고 전직이다. 용어에서 보듯이 이들이 교육전문직(사급)이 된 시점이 바로 교감으로 승진을 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올해 3월 1일자 서울시교육청의 인사를 보면, 초등학교의 경우 교육전문직에서 교감전직이 9명, 교사에서 교감승진이 62명이다. 교사에서 교육전문직으로 전직은 15명이었다. 반면 중등의 경우를 보면 교육전문직에서 교감전직이 14명, 교사에서 교감승진이 31명이었다. 교사에서 교육전문직으로 전직은 16명이었다. 이 수치만 보더라도 서울시교육청의 인사비리가 중등에 집중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초등학교는 교사에서 교감승진이 62명이나 된다. 교육전문직에서 교감전직은 불과 9명이다. 비율로 볼때 교사가 승진한 비율이 중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러나 중등의 경우는 교육전문직에서 교감으로 전직한 수가 교사에거 교감으로 승진한 수의 거의 절반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

중등의 경우 2009년 기준으로 서울시내 공립 중학교가 262개교, 공립고등학교가 86개교다. 중등인사를 중·고등학교를 묶어서 함께 한다고 보면 학교규모는 348개가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질적으로 인사를 하는 학교 수다. 초등은 공립초등학교가 544개이다. 248개의 공립 중등학교에 고등학교 6363명, 중학교 1만 4310명의 교사들이 재직하고 있다. 248개의 학교에 교감이 1명이라고 가정하면, 2만 673명에서 596명(교감, 교장 각 1명 제외)을 뺀 숫자가 교사수가 된다. 즉, 2만 77명이 248개 학교의 교감이 되기 위해 경쟁 중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경쟁률은 대충 계산해도 80대1이다. 교사에서 교감이 되기 위해서는 80대1의 경쟁률을 뛰어넘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서울시내 교육전문직을 500명으로 가정해도 이번 인사에서 14명이 교감으로 전직했기에 경쟁률은 35대1에 불과하다. 2만 77명의 교사중 교감으로 승진한 교사는 모두 31명으로 그 경쟁률은 647대1이나 된다. 단순 계산한 80대1에 비해 실제 승진 수를 감안하면 엄청나게 경쟁률이 높은 것이다. 전문직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의 경쟁률이 이렇게 높지는 않다. 높아야 20대1 이하다. 이런 객관적인 비교를 보더라도 교육전문직들의 교감전직이 너무나 쉽게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전문직의 교감전직을 구조적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교육전문직의 전직을 구조적으로 막는다면 전문직 지원자가 없어서 교육행정을 모두 일반직에게 맡겨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전문직은 전문직대로 직렬이 있기에 그 안에서 승진을 하면 된다. 직렬에 따른 승진을 한다고 해도 승진 자체가 교사가 교감이 되는 것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직에 들어갈 수 있는 경력이나 나이 제한을 조금만 낮춘다면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전문직의 교감, 교장 전직을 완전히 막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정도 제한을 두어 교사가 교감으로 승진하는 비율과 균형을 맞추자는 이야기다.

근무를 어떻게 했는지에 관계없이 시간만 지나면 전문직에서 교감으로 전직하는 구조를 고치자. 전문직에서 교감으로 전직하는 것이 너무나도 쉽기 때문에 전문직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 일단 전문직으로 들어가면 교감, 교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교육전문직 출신의 교장, 교감들은 자신이 어떻게 해서 교장, 교감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그냥 시간이 지나고 나니 교장이 되었더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을 보면 일단 20대1 정도의 교육전문직 시험만 통과하면 그대로 교감, 교장이 되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교육전문직들의 인사비리가 끊이지 않는 또하나의 원인은 바로 그들만의 욕망 때문이다. 교육전문직으로 재직한 후 교장이 됐지만 이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교육전문직에서 또다른 승진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학무국장이나 교육장을 노리는 경우가 많기에 비리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한 고리를 끊기 전에는 어떤 대책을 세워도 비리가 뿌리뽑히지 않을 것이다. 교장을 했으니 그 이후에는 당연히 교육장이 되고 싶은 욕망을 갖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인사비리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 그 중 한 가지 방안이 시간만 지나면 자연적으로 교감이나 교장으로 전직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현재 구조가 그대로 계속 유지된다면 인사비리를 뿌리뽑을 수 없다. 교사들의 승진비율과 어느 정도는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전문직으로 들어가기는 쉽게, 전문직이 교감으로 전직하기는 어렵게 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원칙과 의지를 가지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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