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부터 교장평가제가 시행이 됐고, 올해부터는 교원평가제가 도입됐다. 교장들은 한 차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그 평가에서 교사들의 평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교장들이 자기 실적을 제출하여 평가를 받은 것이다. 주로 서면평가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최하위 3%에 2회 연속 들어가면 중임에서 배제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로 인해 교장들의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임이 필요없는 교장들에게 하위 3%가 돌아가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오고 있다. 결국 교장평가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더라도 교장이 교사를 평가하고, 교사들도 교장을 평가하도록 되어있는 시스템에서 서로가 보이지 않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교장이 교사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평가자료로 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학생상담, 학생지도, 학급 학생들의 학교행사 참여실적 등 모든 것을 기초로 한다는 것인데, 이 이야기를 들은 교사들은 그렇다면 교장, 교감이 하룻동안 어떻게 학교경영을 위해 활동하는지 낱낱이 체크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이긴 하지만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 잘 가르치는 일이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교사들간의 신뢰, 교사와 교장, 교감 사이의 신뢰일 것이다. 서로가 신뢰를 하고 있어야만이 학교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를 평가한다는 부감감으로 서로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신뢰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속에는 서로의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즉, 교장선생님과 마주치면 또 어떤 잘못을 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어떤 잘못이 무엇인가 잘 떠오르지 않겠지만 교장선생님과 마주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또한 교장선생님의 간단한 지적도 혹시 평가에 반영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평가와 관련하여 생각하면 쉽게 넘어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교장선생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교장이라는 자리가 100% 신뢰받는 자리는 아니지만 교장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면 그에 대한 부담감도 일반 교사가 가지는 부담감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교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선생님, 평가할때 점수 높게 잘 드릴께요." 장난삼아 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듣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쉽게 넘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잘 보여야 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서로의 믿음과 신뢰를 깨뜨리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것이다. 학부모들과의 대화에서도 신중하게 그리고 주의하여 이야기해야 한다. 단순한 이야기 한 마디가 나중에 낮은 평가점수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평가를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학교교육은 교사들과 교장, 교감, 학부모와 학교교사, 학생과 교사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서로를 믿고 맡겨야 훌륭한 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서로의 신뢰가 떨어진다면 단순히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 학생은 배우는 사람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타의 교육기관과 달리 학교는 서로의 신뢰를 통해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평가로 인해 신뢰가 허물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