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율화 방안이 발표된 지도 어느덧 1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학교자율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더 오래전 일이다. 후속조치로 교육과정 자율화방안이 마련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발표 때부터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켰지만 교과부에서는 그 방안을 그대로 일선학교에 내려보냈고 일선학교에서는 그 방안에 따라 여러가지 자율권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학교자율화 방안의 촛점은 학교장 권한강화다. 제왕적 교장의 탄생을 우려했었다. 발표가 지난해 6월 11일에 있었으니, 2개월여가 지나면 1년이 된다. 1년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어떤 것이 자율화됐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학교에서 교장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방안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그 결과를 보고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일부 교과의 집중이수제를 도입했기에 그대로 보고를 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학교장평가에 반영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교장선생님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수고했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다행인지 헷갈리긴 했지만 어쨌든 다행스럽다는 생각은 들었다. 전혀 반영하지 않은 학교들의 교장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방안에 포함되었던 집중이수제, 이것이 이렇게 크게 작용하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집중이수제 뿐 아니라, 수업시수 20% 증감에 대한 것도 평가에 반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자율화방안이 타율화방안으로 변한 것이다. 학교자율화 방안은 겉만 자율화일 뿐이다. 교장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교사초빙 권한을 주었지만 모든 학교에서 초빙하니 우수한 교사를 뽑아 온다는 것이 쉽지 않다. 우수한 교사를 뽑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초빙에 응하는 교사의 절대 수가 부족했다. 권한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
그뿐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술형평가를 확대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미 수년전에 실시했던 것임에도 재탕을 하고 있다. 실질적인 서술형을 하라고 하지만 학교사정이 어디 그렇게 간단한가. 말이 서술형이지 서술형을 그렇게 확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적절하다. 교사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제로 서술형평가를 하라고 한 후 감사를 교육청에서 한다. 그런 후에 학생들과 학부모가 모두 이해하고 인정한 평가기준임에도 문제를 삼아서 징계를 내리는 것이 현실이다. 채점이 어려운 것보다 후일이 더 염려스럽기 때문에 서술형 평가에 교사들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술형평가 확대가 제대로 됐는지를 학교평가와 학교장평가에 반영한다고 한다. 자율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타율적인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일일이 다 열거하지 못할만큼 학교는 경직되어 있다. 학교장의 권한이 있는 것들이 있긴 있다. 교육청에서 간섭하기 곤란한, 즉 간섭하다가 잘못하면 교육청에서 혼쭐이 날 것 같은 것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 한 마디로 해결이 어려운 것들은 학교의 몫이다. 이런 것이 어떻게 학교자율화라고 할 수 있는가.
교장에게 전권을 주는 것도 문제이지만 교장을 자꾸 옥죄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앞서 언급한 서술형평가에 대해서 교육청에서는 친절하게 문답 형식으로 해설을 덧붙였다. 그러나 그 해설은 교육청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학교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러면서 학교평가와 학교장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으름짱을 놓고 있다. 어떻게 이렇듯 사정을 모르는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학교자율화를 원한다면 평가한다고 몰아붙이지 말고 정말로 학교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 말뿐인 학교자율화 방안은 교육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확실하고 대폭적인 자율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