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개정교육과정은 2011학년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한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2007개정교육과정이 완전히 적용되기 이전에 또다시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미래형 교육과정'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여러가지 문제로 비난이 거세지자 슬그머니 2009개정교육과정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공청회를 할 때만 하더라도 미래형 교육과정이었다.
명칭이야 어찌됐든 교육과정 개정은 기정사실화됐고 당장 내년부터 적용이 시작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내년부터라고는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새 교육과정에 당장 손을 대야 한다. 그 이유는 2009 개정교육과정은 3년간 이수해야할 교육과정을 한꺼번에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매 학년마다 8개 과목 이하만 이수하도록 했기 때문에 집중이수제가 필수가 돼야 하고, 이런 사정으로 매 학년마다 집중이수를 해야할 과목이 정해져야 한다. 이렇게 과목을 정한 후에 곧바로 교과서 주문에 들어가야 한다. 통상적으로 교과서 주문은 1학기 말에서 2학기 초에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사전에 정해진 교육과정을 통해 교과서를 주문해야 한다. 2009개정교육과정을 제대로 적용할려면 최소한 1학기 내에는 3년간 이수할 교과목이 정해져야 한다. 이제 막 2010학년도가 시작됐지만 일선학교에서는 곧바로 2009 개정교육과정 적용을 위한 기본적인 방침이 설정돼야 한다. 이 방침은 학교의 몫이다. 매학년 이수과목등을 학교에서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8개 과목 이하로 이수하도록 한 부분이다. 학생들의 학습부담 경감을 위해서다. 과목 수가 줄어드니 학습부담이 어느 정도 경감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집중이수제가 포함되지 않으면 8개 교과로 맞출 방법이 없다. 더구나 8개 교과 이하로 이수하도록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집중이수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학교별로 집중이수과목의 시기와 학년이 다른 것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은 무조건 학생들이 이수해야 하는데, 그 과목들을 이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도중에 전입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다행히도 우연의 일치로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교과부에서 제시했어야 한다. 시·도교육청에서 해결할 문제도 아니다. 학생들의 이동은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도교육청에서 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다만 시·도교육청에서는 집중이수제로 이수를 못한 교과목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그 어떤 방안도 나온 것이 없다. 단지 일선학교에서 학교장 재량으로 하라는 정도가 전부다. 학교장에게 전권을 준 것이다. 해당 과목은 대부분 주당 시수가 적은 과목이 될 것인데, 도중에 전입해 오는 학생들은 어떤 방법을 활용하던지 이수를 시켜야 한다. 결국 방학이나 방과 후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해서 제대로 된 이수가 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앞선다.
상급학교 진학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 학년 성적처리가 끝난 상황에서 새로 전입한 학생들이 일부 과목을 새롭게 이수했다면 그 학생의 성적처리도 문제가 된다. 교과별로 석차가 매겨지는 것이 현재의 성적처리 방법인데 나중에 이수한 학생들의 성적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큰 문제인 것이다. 이수만 하고 석차는 기록하지 않는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이 학생의 해당과목 성적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그밖에도 문제는 여러가지가 있다.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의 적용으로 수업시수를 20% 증감할 수 있도록 했는데, 시수가 많아지는 과목과 적어지는 과목의 교원수급문제, 역시 전입해 오는 학생 문제는 끝까지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전 출입생의 수가 얼마나 되기에 그러느냐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는 최소한 매달 10여명 내 외가 전 출입을 하고 있다. 적은 수가 절대로 아니다.
새로운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2009 개정교육과정은 제대로 시작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제점을 최소화해서 시작하더라도 막상 시행하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시작 전부터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2009개정교육과정이 학교에 제대로 안착할지 염려스럽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잘 안되는 부분에 대해서 학교에서 자율권을 행사하라는 식의 접근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