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교장공모제는 전문직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장 공모제에 단 1명만이 지원한 학교들이 상당 수 있었다고 한다. 그나마 전문직들이 독차지, 당초의 공모제 취지를 한참이나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명만 지원한 학교가 환경이 열악해서가 아니고, 전문직들 사이에서 사전에 조율됐다고 보는 것이 좀더 타당하다고 한다. 이미 해당 학교에 갈 사람을 점찍어 놓고 공모제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전문직의 비리를 털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교장공모제 확대가 대안인 것처럼 정책추진을 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그걸듯한 면이 있어 보이지만 그동안 공모제 추진상황을 보면 승진교장보다 더 많은 비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으로 판명이 되었다. 학운위원 등을 찾아다니며 사전에 로비를 하거나 학연, 지연등을 쫓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교장공모제는 더 큰 비리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몇몇 학교에서만 시행된 공모제가 문제를 발생시킨 것을 보아도 앞으로 확대됐을 때, 문제는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100%공모를 당장에 하겠다고 했다. 이미 지난 2월에 올해 승진대상자 명단이 일선학교에 내려왔다. 그것도 전자문서 시스템을 통한 공문으로 전달된 것이다. 공문으로 전달된 것을 한꺼번에 백지화 할 수 있는가가 의문이다. 공문서의 효력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다. 공문서가 잘못되면 관련자는 문책을 받게 된다. 이미 발표된 승진대상자 명단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다시 100%공모로 간다면 공문서를 시행한 담당자는 물론, 결재라인에 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문책을 받아야 한다.
정책이 변경됐으니 백지화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신뢰문제이며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정책이 변경될 것을 알면서도 불과 2개월 전에 발표한 내용이기에 그 설명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다. 결국 담당자들은 문책을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 공문을 보내고 또다시 변경하여 공문을 보낸다면 아마도 학교장부터 모조리 문책을 받을 것이다. 교육청은 특권을 얻은 곳인가. 최소한 올해부터의 공모제 추진은 안 되는 것이다.
전문직 비리를 뿌리뽑겠다는 교장공모제, 주변에서 공모제를 시행하는 학교를 살펴봐도 교사 출신 교장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학교들이 전문직 출신들이 공모교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교사 출신 교장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인식이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직 출신이라면 무조건 학교경영을 잘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모제를 확대한다는 것은 전문직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된다. 비리는 전문직들이 저질렀는데 교장공모제를 확대하여 이들을 대거 일선학교 교장으로 내보내는 것이 옳은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인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비리를 뿌리뽑아야 하는 것은 백번 옳다. 그러나 그 대안이 공모제 확대는 아니다. 도리어 공모제를 실시함으로써 전문직들이 자리를 독차지 하는 현실, 공모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이 여실히 드러났다면 공모제는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 시범운영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그대로 추진한다는 것은 시범운영 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교장 공모제가 교육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이 아니고, 교육발전을 위해서는 교장공모제를 폐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