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전격적으로 개정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관련 지침이 개정됐다. 교과활동과 관련된 외부수상 경력은 기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개정의 주된 내용이다. 학교생활기록부는 초·중·고에서 작성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과 발달과정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기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이 각급학교에서 재학 중인 학생의 모든 것이 기재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난 후라도 객관적으로 활용가능한 유일한 자료이다.
이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가 불가능한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제한되어 있는 부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학생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은 가까이는 상급학년에 진급 후에 새로운 담임교사가 해당학생을 파악하는 자료가 될 수 있으며, 멀리는 해당 학생의 성적은 물론, 인성, 적성, 성적, 가족사항 등을 기재해함으로써 재학 중에 학생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결혼을 앞둔 커플들이 학교생활기록부를 요구하여 서로 비교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만큼 어떤 경우라도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재사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활용가치가 높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사교육의 주범이라는 이유로 기재가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 생긴 것은 기본 취지에 어긋는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만 보면 해당 학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임에도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기록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근본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재고돼야 한다. 또한 이번에 기재하지 못하도록 한 항목들에 대한 외부 수상실적이 모조리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들은 아니다. 영재교육이수 현황이나 자원봉사활동 등도 이들 못지 않게 문제가 많지만 그것들은 그대로 살려뒀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상급학교 진학에서 교과 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영재교육이수현황이나 자원봉사활동 등 극히 일부분만 남게된다. 다양한 창의적인 활동 등이 모두 배제됐기 때문이다. 교과와 직접 관련된 것들을 제외시킨 것은 옳다. 그렇지만 간접적으로 교과와 관련된 것을 제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교과와 관련이 있느냐 없느냐의 한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려는 수많은 학생들의 희망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교외 수상실적을 제외함으로써 교내 실적만 남게 되는데, 이것만으로는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증명할 수 없다. 교과 외의 수상실적을 제외하여 사교육을 잠재우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교과성적만이 대학입시등에서 영향을 주게 되므로 사교육이 도리어 더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학교생활기록부의 본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 학생이 졸업한 후에 50년 이상을 보관하는 학교생활기록부는 그 자체만으로 역사적 사실이다. 하나라도 더 기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기재항목에 제한을 두는 것은 생활기록부로서의 기능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일률적으로 기재를 못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기재된 내용의 사실 여부를 철저하게 가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교과성적이 대학입시 등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본격 시행에 앞서 개선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