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신학기부터 전국의 교장공모비율이 현재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1일 올해 8월말 정년퇴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국 시·도교육청 교장결원 예정 학교수 768개교의 56%에 달하는 430개교에서 교장공모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뉴시스, 2010.4.11). 현재 5% 정도에 머물고 있는 교장공모제의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년퇴직 등으로 결원이 생기는 학교의 50%선을 공모교장으로 채우겠다고 한다. 서울은 100% 공모제로 간다는 발표도 있었다.
공모교장의 인력풀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보다 교장자격연수 인원을 1000명 늘린다는 계획도 잡혀 있다. 교장공모학교 수와 비교하면 10:1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을 통해 교장을 임용한다는 복안으로 훌륭한 교장을 뽑겠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공모교장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최종적으로는 완벽한 교장공모제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100%가 최종목표일 것이다.
문제는 당장에 교장연수대상자를 1000명이나 늘린다면 이들의 자격요건이 맞느냐는 것이다. 당장에 연수대상자를 늘리면 당연히 연수대상자의 질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교장 연수대상자에 드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기존보다 50%이상 확대하면 기존보다 연수대상자의 질이 떨어지게 될 것은 누구나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교장 자격증 소지자를 늘린다는 것은 질적인 접근을 피하고 양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이 뽑아놓고 이들 중에서 우수한 교장을 선발한다는 것인데, 교장 자격증을 많이 부여하고, 이중에서 뽑는다는 것이 타당한 이야기인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쟁률을 높여 자신이 독자적으로 학교경영을 할 수 있는 계획서를 제출해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경쟁률을 높여놓으면 대부분의 공모교장에 나서는 교장 자격증 소지자들이 교감이라고 보면 학교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교감이 교장공모제에 매학기마다 참여한다면 학교는 교감이 있으나 마나한 현실이 될 것이 우려스럽다.
교장 자격연수를 대폭 늘리는 것도 문제이다. 교감이 교장연수에 참여하는 기간은 적어도 3개월(현재 교장연수는 360시간을 받아야 한다)이다. 그렇다면 이 3개월 동안 학교의 공백은 누가 메꿀 것이며 이렇게 해서 교장자격증을 취득한 후 곧바로 공모제에 매학기마다 참가한다면 이들이 학교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10:1의 경쟁률을 뚫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남들은 교장 공모제에 올인하는데 자신만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은 교장 공모에 마음이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장 공모제를 통한 교장임용의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도 궁금하다. 어떠한 법이나 규정이 개정되려면 최소한 예고기간이 6개월은 되어야 한다. 갑작스런 교장공모제 확대로 인해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최소한의 예고기간 없이 갑자기 결정되는 교장공모제 확대가 과연 옳은 것인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된 입법예고를 접한 기억이 없다. 또한 이미 승진명부에 이름을 올린 교장들의 불이익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일선 학교에 공문으로 전달된 승진예정 대상자를 모조리 백지화하고 공모제 100%로 간다는 것이 적법한 것인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바꾸는 것이 옳은 방향은 아니다. 또한 자격증을 많이 주고, 그 중에서 공모를 통해 교장을 임용함으로써 질을 높인다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 많은 인원 중에서 선발한 교장이 적은 인원에서 선발된 질높은 교장을 뛰어넘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인구 많은 나라의 통치권자는 많은 인구 중에서 선출됐기에 우수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우수하지 않은 통치권자로 볼 수 있는가.
교장 자격증을 많이 주고 그 중에서 뽑는 것은 결국 교장 자격증의 남발로 이어질 것이고, 앞으로는 더 많은 인원을 교장연수 대상자로 뽑기 위해 더 많은 교사들에게 교감 자격증을 주어야 할 날이 올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교감 경험 없이 교장연수를 받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교장연수를 많이 시켜서 자격증 남발한후 교장 공모제에 나서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격증만 많다고 교육비리가 뿌리뽑히고, 많은 인원중 에서 경쟁을 통해 임용된 교장이 질이 높을 것이라는 것은 생각일 뿐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모든 교장들이 교육감 앞에 줄을 선것도 아니다. 일부 교장들의 이야기이다. 모든 교장들을 동일시 하는 것이 옳은 생각은 아니다. 실제로 해결할 문제는 뒤로하고 교장공모제만을 확대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옳지 않다.
모든 것이 우려스럽다. 학교운영위원들이 전권을 쥐고 있는 현재의 공모교장제도는 그 차체만으로도 개선되었어야 한다. 그 자체를 개선하지 않고 공모제를 확대하는 것은 교육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환영보다는 우려가 앞설 것이다. 비리를 뿌리뽑을 방안이 교장 공모제 확대는 아니다. 근본문제는 숨어버리고, 엉뚱한 교장 공모제가 이슈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려를 뿌리뽑는 정책부터 추진되어야 한다. 혼란스런 교육현장이 우려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