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가 업무가중의 주범

2010.06.07 10:52:00

올해들어 전격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교원능력개발평가제(교원평가제)가 일선학교에서 전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교원평가제를 거부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그보다는 교원평가제 자체가 교원들의 업무를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매년 4회의 수업공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부모에게 수업을 공개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이것은 그나마 업무가중에 해당되지 않는다.

일단은 교원평가제의 기본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그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그 과정이 간단하지 않기에 교원들은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있다. 단위학교에서 연수도 여러차례 함으로써 시간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여기에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한 기초자료를 모두 학교에서 교원들의 손을 거쳐야 입력이 가능하다. 간단하게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수준별이동수업 관련해서는 패치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여러 학교에서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학부모의 수업공개 참관도 그냥 단순히 수업만 참관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데 어려움이 있다. 학부모들이 수업참관 전에 대기해야 할 공간도 필요하고, 공간을 확보했다면 간식거리 등도 준비해야 한다.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연4회의 수업공개일에도 여러가지 학교에서 신경써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 것이다. 수업자료를 준비하는 과정도 업무가 가중되는 부분이다.

그래도 수업을 공개하는 입장에서는 교실마다 설치된 컴퓨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 부분이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다. 멀티자료를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수업은 멀티자료를 활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러나 그 멀티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교과와 단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무 단원이나 그렇게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교사들이 이렇게 매달리는 이유는 학부모들이 수업을 봤을 때 멀티자료 활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야 어떤 경우에 멀티자료를 활용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 활용이 불필요한지 명확히 알고 있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학급에서 사용하는 멀티자료를 왜 사용하지 않는지 이해를 잘 못한다. 결국 학부모들 생각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수업전문성이 학부모들에게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 교사의 수업기술이나 열정 등 다양함을 먼저 살펴야 함에도 불필요한 자료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더구나 해당 교사들은 그 수업시간의 여러가지 정황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설명할 기회가 없다. 왜 다른 자료를 활용했는지 도중에 활용된 자료는 어떤 의도에서 활용된 것인지, 학급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등 참관학부모에게 설명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수업을 하고나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부분만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곤혹스러운 것이다. 자신의 의도와 달리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어떤 자료를 준비하건 교사들에게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자료를 많이 준비하여 적용하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교사들은 잘 알고 있다. 1시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물론 수업만 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업 외에 주어진 업무들이 너무나 많은 현실에서 보여주기 위해 많은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좋은 수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수업에 대해 설명할 방법이 없어 무조건 잘 보여야 하는 수업이 과연 전문성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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