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막상 해보니③

2010.06.15 11:30:00

교원평가제에서 동료교사들의 평가는 그 어떤 평가보다 객관성이 높다. 교원평가제가 도입되기 이전에도 교사들의 동료평가는 계속해서 이루어졌었다. 동료장학을 통한 상호평가나 수업공개를 통한 상호평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교원평가제 도입으로 동료평가는 더욱더 강화되었다. 모든 교사들이 동료교사평가를 실시했고, 수업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분석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랫동안 같이 생활을 했던 교사들이기에 하나 하나의 지적이 비교적 정확했다는 것이 교사들의 이야기다.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업무처리 능력이 있는지, 인간관계가 어떤 지도 포괄적으로 보면 평가의 대상이다. 문제는 교사들이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는 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수업평가는 보고 느끼는대로 하면 그만이지만 업무나 학생지도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교사들로서는 곤혹스럽기 짝이없다. 자신의 학급 학생들 지도에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동료교사가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하는지 평가한다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수업만 평가한다면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교사의 수업을 1~2시간 참관한 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가의 문제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수업이라는 것은 그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여러가지 자료를 활용해야 잘하는 수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80년대 교실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들이 많다. 전통적으로 교사가 판서를 하고 학생들이 그것을 필기하면서 하는 수업이 아직도 많다고 한다. 멀티미디어 시설이 우리나라처럼 잘 되어있는 나라도 흔하지 않다고 한다.

많은 자료를 동원한다는 것은 시각적인 수업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최대한 이해를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해시카느냐는 교사들 스스로의 몫이지 사회적인 분위기를 따르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평가할 때 자료사용이 부족했다고 그것을 지적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는 깊이 생각해 보고 따져 보아야 할 문제이다. 방과후 학교의 강의를 하는 교사들은 거의 멀티미디어자료를 활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학생들은 계속해서 그 교사들에게 수강신청을 한다. 시험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방과후 수업에서 많은 자료를 동원했다면 수강생은 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대학이나 대학원에 다닐 때 수업이 많은 자료를 동원했었는지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의 대학이나 대학원은 그때보다 많은 자료를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대학을 졸업한 교사들과 최근에 대학을 졸업한 교사들이 질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다. 아무리 많은 자료를 동원해도 학생들이 그것을 잘 따라오지 못한다면 결국은 훌륭한 수업이라고 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수업평가 하나만 하더라도 상대 교사의 특성과 수업방법을 인정해야 한다. 평가를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여러가지 상황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동료평가가 다른 평가에 비해 비교적 점수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자신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교사의 수업기술에 맞추기 때문이다. 어떻게 수업을 하든 학생들이 편하고 쉽게 이해한다면 그것은 만족한 수업이 되는 것이다. 나와 다르다고 나쁜 점수를 주는 교사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수업방법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정답이 있다면 나름대로 수업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동료교사를 평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움이 따른다. 해당 교사의 평소태도부터 모든 것을 관찰하고 평가를 해야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을 하나의 평가지표로 묶어서 평가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모든 교사들은 '수업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동료교사평가가 그 어떤 평가보다 어려운 이유다.

억지로 평가를 하도록 하는 현재의 시스템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연 몇 회의 수업공개, 이런 식으로 정해놓고 하는 평가는 요식행위로 흐를 수 있다. 당장에 정답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동료교사 평가를 통한 교원평가제의 발전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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