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 서울시교육청이 바빠졌다. 시험을 앞두고 학교수업을 파행적으로 진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서울교육을 실현하겠다고 교육감이 밝혔다.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성적을 올리기 위한 비상식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도록 하라고 한다.
일선학교에서는 어떻게든지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부진학생을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문제풀이식 수업이나 기타 부적절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학교에서 겪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듯 일선학교에서 학업성취도평가에 매달리는 이유는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학교별로 공개하고 부진학생 비율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이것도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공개보다는 평가결과에서 부진학생의 비율을 얼마나 낮추었는가에 따라 학교장평가와 학교평가에서 받아드는 점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특히 학교장평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학교장들은 어떻게 하든지 부진학생비율을 낮추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다양한 방안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당초에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찾지 않았다가 우연찮게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결국 학교에서 파행수업이 이루어지도록 한 것은 학교장이 아니고 교육당국이 되는 것이다.
학교마다 여건이 다르고 학생들이 다른데 무조건 부진학생비율을 지난해보다 낮추라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같은 학생들도 아닌데 단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평가를 해서 그 결과를 학교장 평가에 반영한다고 하는데,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자유로울 교장이 몇이나 있겠는가. 여기에 학교평가까지 영향을 준다고 하니, 교사들이라면 당연히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곽노현 교육감의 이야기대로 원칙과 상식이 통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부터 수정해야 한다. 즉, 인위적으로 몇 %를 줄이도록 강요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상황에 맞춰 목표치를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부진학생의 비율이 10%도 안 되는 학교와 부진학생의 비율이 20%인 학교를 똑같은 범주에 놓고 부진학생을 줄이라고 한 다음, 그 결과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대략 몇 %대까지 부진학생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더 옳다는 생각이다.
부진학생이 많은 학교와 애시당초 적은 학교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안 된다. 학교별로 몇 %를 줄이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부진학생이 많은 학교를 중심으로 지원책을 강구하여 이들 학교에서 성과를 얻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의 부진학생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지 단위학교에서 몇 %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강남에 위치하여 부진학생이 한자릿수 밖에 없는 학교에서 부진학생을 줄이면 얼마나 줄이겠는가. 줄여야 할 곳에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기 위해서는 이런 불합리한 부분부터 고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