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갈등해법은?' 심야토론을 보고

2010.07.11 20:52:00

KBS심야토론의 주제는 '교육정책 갈등해법은?'이었다. 최근 가장 큰 이슈인 학업성취도평가, 교원평가, 학생인권조례안 제정에 대한 소주제를 가지고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였다. 당연히 주제에 대한 찬·반 입장이 되어서 토론을 이어갔다. 왕상한 교수의 진행으로 토론이 이어졌는데, 왕상한 교수는 그 어떤 진행자보다 침착하고 객관적인 진행이 돋보였다. 이전에 교육방송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었기에 여러 차례 보았었고 토론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날의 가장 큰 이슈는 학업성취도평가로 보였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두고 찬성 쪽에서는 '학생들의 정확한 학력수준을 개인별로 알아야 하고, 학교별 수준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대 쪽에서는 '표집학급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을 굳이 전수평가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물론 여러가지 주장이 있었지만 요약한다면 이런 내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들이었지만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느라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상대방의 논리를 반박할 만한 준비도 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모습들이 여러 곳에서 보였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에 대해서 지원을 하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전수평가가 되어야 만이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대한 상대방의 반박을 명확히 받아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고, 표집평가를 통해서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에도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는 이야기만 반복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전수평가를 하는 목적이 지원하기 위한 것이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수평가가 정확하게 파악하는데는 옳은 방법이다. 그러나 전수평가와 표집평가의 차이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표집평가에서의 오류 해결에 대한 대안제시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쉬운 점이었다. 또한 학업성취도평가로 인해 파행수업이 진행되는 부분에 대해 양쪽 모두 명확한 원인을 제시하지 못했다. 왜 파행수업을 하면서까지 성적을 올리려고 하느냐의 문제였는데, 결국은 학교장평가와 학교평가에 반영한다는 부분 때문이라는 것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단지 학생들을 줄세우고, 학교에 어떤 불이익이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파행수업을 한다는 이야기 정도였다. 다만 시험의 본래 취지에서 어긋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파행수업등이 발생한다는 진단은 옳았다고 본다.

교원평가제에 대한 토론 중에서도 찬성 쪽의 패널이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어야 부적격교원을 골라낼 수 있기 때문에 교원평가제가 필요하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그렇다면 교원평가제 그 자체가 객관적이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반론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컸다. 학부모나 학생평가가 객관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재 교원평가제의 가장 큰 문제점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성문제, 금품수수문제 등을 거론했는데, 그런 교사 몇명을 추려내기 위해 전체가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을 가려내는 것이 교원평가제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런 문제는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교육감이 현장교원출신이라는 것을 패널들이 부정하는 느낌이 들었다. 찬성쪽 패널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주장에만 매달릴 뿐이었다. 교원들의 전문성을 살리고자 하는 평가라는 것을 상대방에게 설득시켰어야 옳다. 교육감의 여건 개선 주장에 '교사들이 잡무도 많고 힘들다'는 이야기에 국회의원이 '솔직히 무엇이 힘든지 이해하기 어렵다. 교직이 힘들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교사가 되기 위해 지원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학교와 교사를 너무나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더구나 여당 국회의원의 발언으로는 정말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본다. 학교의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고, 학력도 올라갈 수 있다는 교육감의 이야기를 듣기나 하고 하는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없다. 교직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직종들은 업무가 너무나 쉬워서 그런 것인지 궁금하다.

솔직히 이번 심야토론을 보면서 '패널들이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가장 크게 느꼈다. 전문가라는 패널들이 준비없이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는 모습, 상대방의 정당한 이야기까지 꼬리를 잡는 것에 실망했다. 물론 교육정책이라는 것이 정답은 없다는 것에 공감을 한다.

그렇더라도 어느정도 타당한 주장이 이루어져야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다만 진행자의 명쾌한 정리와 객관적인 진행은 그나마 토론을 이어가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본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토론에 임하는 자세가 아쉬웠다. 어느 패널의 이야기대로 교육정책은 교사들에게 맡겨놓되, 여건을 개선해 주면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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