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 도입으로 얻어낸 가장 큰 성과는 미미하긴 하지만 학교의 분위기 변화라 하겠다. 교사들이 평가를 받기 때문에 뭔가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점이 많은 평가제이긴 해도 막상 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신경이 쓰인다는 이야기다. 또한 기왕에 평가를 받는다면 잘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분위기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명확하진 않지만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미세한 변화가 있긴 했지만 교원평가제로 인해 파생된 문제점에 비하면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는 없다. 어느 집단(학생, 학부모, 동료교사)의 평가결과도 객관성이 높지 않아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교사를 거의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준비 안 된 평가로 인해 업무만 가중되고 효과가 미미했다는 것은 교원평가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누구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손질돼야 한다.
이렇듯 성과가 미미한 것은 평가 자체가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당국의 밀어붙이기식 추진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또한 평가과정에서도 명확한 기준 없이 진행되어 일관성이 떨어졌고, 무리한 평가 참여 비율 높이기도 평가성과를 높이지 못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장 크게 지적되었던 평가의 객관성 문제가 그동안 여러차례 제기 되었지만 개선책 없이 그대로 시작된 것은 평가의 의미를 퇴색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가진 것이 교원평가제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는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본다.
학부모 평가에서의 문제점이 생각보다 컸고, 학생평가 역시 부분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학생평가는 기술적으로 해결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학생이 교사를 평가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평가문항에서도 추상적인 질문들이 포함됨으로써 객관성을 떨어뜨렸다. 결국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숙제를 던져 준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의 평가결과가 고등학교에 비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아직은 가치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서는 평가를 받은 쪽이나 하는 쪽이나 평가지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돼야 한다. 서로의 이해관계 없이 일부분만 손질해서 다시 시행한다면 올해와 같은 문제는 사라질 가능성이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어차피 국회에서 입법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1~2년을 늦춘다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올해 평가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철저히 진단하여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시작되었지만 어느 쪽도 공감할 수 없는 평가제를 계속 해서는 안 된다.
학부모 평가는 다른 나라에서도 모델을 쉽게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객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당국에서는 시행에만 매달리지 말고 학부모평가 등 문제점이 발생한 부분에 대하여 선진국들의 예를 찾아서 검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학생평가에 대한 부분이나 동료평가에 대한 부분도 역시 다른 나라의 예를 찾아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비현실적인 것은 과감히 고쳐야 할 것이다.
초·중학교에서의 학생평가가 적절한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유치원에서도 평가를 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초· 중학교 학생들의 학생평가가 해결되기 전에는 유치원까지 확대시행해서는 안 된다.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인데 누가 보아도 무리수를 두는 유치원 교원평가를 강행한다면 교원평가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다. 무조건 확대가 능사는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끝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평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평가가 제대로 될려면 보편 타당한 제도로 자리잡아야 한다. 평가지표와 평가방법등을 개선하는 작업이 꼭 있어야 한다. 결국 혼란스러운 채로 몇년을 지나는 것보다는 그 몇년을 그냥 보내더라도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통해 모두가 인정하고 공감하는 평가제도의 개발이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