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뭔지 모르겠지만 재밌네요

2010.08.03 09:01:00

8월의 첫째날 3년전에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과 야구관람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학교에서는 마지막으로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이다. 오랫만에 찾은 야구장이다. 지난해에도 같은 아이들과 야구장을 찾았었다. 꼭 1년만에 다시 찾게 된 것이다. 남학생 두 명과 여학생 다섯명이 야구장을 찾았는데, 이들 중 학급회장을 했던 남자아이와 학급부회장을 했던 여자아이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아이들 두명이 주선을 했다고 한다. 원래는 열명의 아이들이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세명이 사정이 생겨 못왔다고 했다.

오후 5시에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모두 4시에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모두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속시간보다 30분이 더 지난 4시 30분 경이었다. 날씨도 더운데 야구장 입구에서 일찍 온 아이들과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입구에서 얼린 생수 다섯병을 샀다. 나머지 두명의 아이들은 이미 생수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다섯병을 산 것이다. 얼린 생수이기에 보통생수의 두배 가격을 주었다. 아이들에게 경기가 끝나면 생수값이 원래 값으로 환원된다고 했더니, 그럼 나중에 사자고 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한바탕 웃고 야구장 안으로 입장을 했다.

오후 5시 정각에 드디어 경기시작. 서로가 응원하는 팀이 있기에 열심히 응원을 하면서 경기를 지켜 보았다. 거의 5회쯤 되었을 무렵, 옆에 앉은 여학생 한 녀석이 "선생님, 야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재밌어요.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응원하네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남학생이 야구가 어떻게 해야 점수를 얻고 어떻게 해야 공격팀이 바뀐다는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쉽게 이해할리 없었다.

그래도 경기내내 가장 크게 응원을 하는 녀석은 바로 그 녀석이었다. 야구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면서도 함께 소리치고 응원하니 즐겁다고 했다. 5회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구장내 패스트푸드점에서 빅사이즈 햄버거를 하나씩 돌렸다. 사이즈가 크니 가격도 개당 5500원이나 했다. 야구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이긴 해도 사이즈 작은 것은 아예 취급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배고픔이 밀려올 무렵이었기에 모두들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야구장의 무더위는 정말이지 참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도 경기는 양팀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어서 잠시도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 타자와 투수의 신경전도 그렇고 감독의 작전도 예상을 해 보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9회말에 홈팀이 동점을 만드는 바람에 연장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연장 10회말에 경기는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실책이 경기를 마무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4시간 가까이 야구장에 앉아 있었으니, 엉덩이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경기장을 빠져나오는데 한 녀석이 목이 마르다고 했다. 마침 입장할때 생수팔던 아주머니들이 아직도 남은 생수를 팔고 있었다. 이녀석 순진하게도 '아줌마 물 얼마예요?' '천원, 천원', '여기 오백원, 오백원' 이녀석이 어쩔줄 몰라하더니 그냥 천원을 내고 생수 한병을 사들고 오는 것이 아닌가.

옆에 오백원받는 아주머니들이 있는데, 왜 그냥 샀느냐고 물었다. "그 아주머니도 방금 전에 오백원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얼마냐고 물으니까 금새 천원이라고 하데요. 근데 그 아주머니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서 그냥 샀어요." 안쓰럽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어른들과는 사뭇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가치판단을 하지 못하고 천방지축으로 행동하는 것이 요즈음 학교의 분위기이다. 물론 고등학생이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아직은 때묻지 않은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그냥이라도 천원을 아주머니에게 드리고 돌아설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 같으면 금새 오백원이라고 하더니 왜 천원 받느냐고 다른 곳에 가서 샀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교원평가에서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표기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었다. 그러나 야구장에서 본 아이들의 모습은 최소한 아무렇게나 답을 쓸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선생님을 따르고 선생님과 야구관람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이니, 선생님에 대한 불필요한 평가를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면서 아이들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 왜 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하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매를 좀 맞아야 정신차릴 아이들 여러명 있어요. 그런 아이들 때문에 수업분위기 망치는 경우 많아요."
 
아이들이 달리 보였던 하루였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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