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들도 학생들하고 똑같아요

2010.08.06 10:34:00

이광권이라는 야구선수출신 인사가 있다. 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쉽게 알 수있는 이름이다. 현재는 SBS 스포츠채널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예전에는 MBC청룡에서 투수로 활약했었다. 왠 야구선수 이야기를 하느냐고 황당해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왜 이런 글을 써야 하는가 조금은 의아스럽긴 하다. 이광권 해설위원이라고 해야 좀더 잘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오늘도 야구해설을 했으니 말이다.

오늘 야구해설을 하는 가운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선수들이 아무리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고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돌아서면 모두 다 잊고 엉뚱하게 야구를 합니다. 가르쳐 줄때 잘만 들어만 줘도 가르치는 사람도 힘이 안들고 배우는 사람도 힘이 안들텐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모양입니다. 학생들하고 똑같아요. 학생들도 그렇찮아요."

해설하면서 가르쳐줄 때 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학생들도 그렇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학생들하고 똑같아요. 학생들도 그렇찮아요'라는 이야기를 해서 좀 놀랍게 생각을 했던 것이다. 사실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내용들을 모두 학생들이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제 배웠으니 오늘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초임교사들은 이런 현상이 더욱더 두드러지게 된다.

몇 년동안 교사를 계속하다보면 학생들이 가르치는 것의 일부만 기억하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다 잊고 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교장선생님이 아무리 훌륭한 훈화말씀을 해도 학생들은 그것을 실천하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이광권 해설위원 이야기대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야구선수들은 성인들이다. 그런데도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하물며 성인이 아닌 학생들은 어떻겠는가. 야구선수들보다 이런 일들이 훨씬 더 자주 발생할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실망스러울 때가 바로 이런 경우다. 몇 번을 강조해서 이야기했는데, 그 다음날이 되면 언제 그런 이야기 했느냐는 듯이 다르게 행동하는 경우. 소풍이나 외부학교 행사 시에 장소를 미리 여러 번 설명을 했지만 당일날 아침에 전화를 걸어오는 녀석들이 있다. 정말로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일 것이다. 어떻게 장소를 잃어버리고 전화를 할 수 있느냐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학교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한편 생각하면 학생들에게 이런 현상이 있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외부에 나가서 일탈행동을 하게되면 일반인들은 대개는 교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도대체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치기에 학생들이 이런일을 저지르냐고. 일반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들의 속성을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나쁜 행동해도 된다고 가르치는 일은 절대 없다. 언제나 학생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칠 뿐이다.

일반인들이나 학부모들은 가정에서 1~2명의 아이들만을 키우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직 미성숙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래도 교사들은 그런 학생들에게 화내는 일없이 계속해서 열심히 지도하고 가르치고 있다. 아마도 일반인들이 이런일을 몇번 겪는다면 도저히 못 가르치겠다고 할 것이다. 이런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교사들 뿐이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집중력이나 관심이 덜해서 그런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교사가 이야기할 때 잘 안 듣고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 학생들을 다독여서 가르치는 것은 확실히 교사들의 몫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다시 야구해설가 이야기로 돌아가자. 해설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그는 학생들도 똑같다는 이야기를 했을까. 야구선수출신이니 교직경험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런데 학생들의 속성을 정확히 알고 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현재 해설가이기는 하지만 고등학교 야구 감독을 겸하고 있다고 나와 있었다. 이것으로 그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은 말끔히 해소되었다. 고등학교 야구선수들도 학생이니 그런 일들이 자주발생하는 모양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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